가맹점 800여곳뿐인데 6만개나 주문
6개월 지난 현재도 2300여곳에 그쳐
시 과다 주문 '일감 몰아주기' 의구심

인천시가 '인천이(e)음' 간편결제 가맹점이 고작 800여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운영사가 제작하는 간편결제 장비 6만개 분량을 사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편결제 가맹점 확대 여부가 불분명한데도 인천이음 운영사가 건넨 견적대로 13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일감을 몰아주면서 정작 장비는 창고에 쌓아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인천이음 운영사인 코나아이㈜를 통해 13억2000만원 규모의 QR간편결제 키트 제작·설치를 주문했다고 17일 밝혔다.

코나아이가 제작하는 간편결제 키트는 QR패널과 거치대, 스티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는 1개당 2만2000원짜리 키트 6만 개를 미리 주문했다. 당시 QR간편결제 가맹점은 830여개였다.

간편결제는 인천이음카드가 아닌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시는 간편결제 가맹점을 지난해 2만개, 올해 4만개 모집하려고 했으나 실적은 저조하다. 현재까지 가맹점은 2300여개로 소폭 늘었을 뿐이다. 목표 가맹점 6만개의 3.8%에 불과한 수치다. 사전 제작한 지 반년이 지나도록 5만7000개가 넘는 간편결제 장비에 먼지만 쌓이고 있는 셈이다.

간편결제 가맹점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장비 제작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시는 지난해 11월 말 'QR간편결제 가맹점 모집 활성화 방안'을 수립한 뒤 코나아이에 6만개 키트의 일시제작을 의뢰했다. 코나아이가 13억2000만원에 이르는 견적을 뽑아준 지 수일 만에 예산이 지출됐다. 이렇게 미리 주문된 장비는 당시 모집된 가맹점의 72배에 이르는 규모였다.

인천이음 운영사에 장비 제작으로 일감을 몰아준 시점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시는 코나아이와 해마다 운영 대행 협약을 맺고 있다. '자동 연장' 조항이 포함돼 사실상 무기한 대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시는 “해지가 가능한 1년 단위 협약은 다른 지역보다 강화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일보 5월15일자 1면>

하지만 시는 지난해 협약 만료를 앞두고 사용 여부마저 불투명한 13억원대 장비를 선구매했다. 가맹점 목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이미 제작된 장비는 시에 반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인천이음 운영사에 '특혜'를 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말 시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운영사에 지급되는 '부가서비스 운영수수료' 2억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안광호 시 인천이음운영팀장은 “QR간편결제 키트를 미리 제작하면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미 편성돼 있던 예산을 지출한 것”이라며 “장비는 4만개 정도 제작됐고, 운영사를 통해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