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 쓰는 게 폭력이다. 주먹과 발, 몽둥이 따위로 타인을 억누려는 행위다. 좁게는 가정·학교·데이트폭력 등을 이르고, 넓게는 강대국이 약소국에 무기로 제압하려는 힘을 말하기도 한다. 국가 간 분쟁은 여기서 나온다. 전쟁으로도 번질 우려를 낳는 폭력은 그래서 애초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 폭력은 다시 폭력을 부르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해악은 정말 크다. 인간의 본성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일까. 주위 환경의 영향과 함께 여러 형태의 폭력은 계속된다. 좀처럼 근절하긴 어려워도, 우리 사회는 폭력추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폭력 중에서도 가정폭력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대상이다. 가정은 모든 일을 시작하는 기본이고, 사회의 근간을 이뤄서 더 그렇다. 폭력으로 가정이 무너지면 개별적인 비극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국가에선 가정 붕괴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마련한다. 그래도 취지가 무색할 만큼, 상당수 가정에선 폭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작년에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3914명으로, 이 중 15명이 구속되고 3899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2018년 적발된 가정폭력사범 2729명(구속 12명)에 비해 43% 늘어난 수치다. 경찰이 집계하는 가정폭력 검거 인원엔 아동학대와 노인학대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도 가정폭력은 여전하다. 1~4월 가정폭력사범은 1186명(구속 7명)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정폭력 범죄 단계별 대응 모델'을 시행해 가정폭력에 적극 개입한다. 대체로 피해자가 가정폭력을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았는데, 가정폭력이 자칫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아울러 지역 가정폭력 상담소들과 업무 협약을 맺고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을 심층적으로 관리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로 가정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 정책의 초점을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에 맞춰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만 그쳐선 안 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듯, 가정을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