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째 코로나19는 세계적 팬더믹 현상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인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 말한다. 근대화로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온 유럽과 미국이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님을, 일본이 더 이상 아시아를 선도하는 'Look Japan'이 아님을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트럼프와 시진핑 등 무려 100여개국의 국가지도자가 한국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왔고 세계 최고 갑부이자 컴퓨터 산업의 주역인 빌게이츠 회장마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지와 협력을 부탁하고 있다.

남북분단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경험했던 우리는 이제 잘짜여진 의료시스템, 신속한 진단과 방역, 높은 시민의식 등을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적 스타로 떠올라 전세계가 전세기를 띄우며 모셔가는 'made in Korea 진단키드'와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의료기기 등 한국의 바이오·헬스기업들이 각광받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기생충을 비롯한 영화와 넷플렉스 최고의 아이템으로 떠오른 한국산 드라마, BTS 음악 등 어느 분야를 통틀어도 'made in Korea'는 이제 프리미엄이 됐다.

한창 2020올림픽에서 몇 개의 금메달을 수확할 지, 어떤 스포츠 스타가 떠오를 지 전망을 해야 하는 2020년 5월, 세계 프로스포츠의 양대축인 축구와 야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정규시즌이 펼쳐지고 있다. 박찬호와 류현진을 보기 위해 새벽 TV앞에 자리를 잡았던 한국인 대신, 한국의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미국 동부에서는 새벽 1시에, 리모컨을 찾고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는 아시아에서 한국은 앞으로 가장 흥미로운 국가가 될 것"이라는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의 예언이 사실이 되어 가고 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것, 노트북을 켜고 온라인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도 하는 말이 됐다. 이제 프리미엄의 시대를 열어갈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초고속정보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위해 전봇대에 케이블을 깔았던 혜안(慧眼)을 소환해야 할 시기다. 한국은 그동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모델'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던 성과를 이뤄왔다. 원천기술 보다는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관찰해 효율적으로 자원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실행 역량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출현하기 시작하였고, 언택트의 시대, 뒤떨어진 산업이라는 이름의 대명사가 됐던 '제조업'이 한국의 비상을 이끌고 있다. 반도체 전자회사 삼성이 마스크 제작을 돕고 있다. 시대의 뒤안길이라 여겼던 '제조업'이 바이오, 헬스, AI시대를 맞아 코리아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것처럼 몇몇의 선도자가 경제 생태계를 좌우하는 '선도자(first mover) 혁신 생태계'의 구축이 프리미엄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다.

/김칭우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