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건 발생…97%·215명 사망
절반 이상이 건설 종사자
시민단체 “기업에 책임 물어야”

지난해 경기도에서 하루 한 번 이상으로 산재 사고가 빈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100건 중 97건은 노동자가 숨진 사고로 이어졌다.

한 건설사에서는 1년 동안 노동자 6명이 유독물질에 노출되거나, 떨어지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월16일 오전 6시40분쯤 시흥에서는 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2명이 콘크리트를 말리는 양생 작업을 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졌다. 11월17일 오전 10시10분쯤에는 부천시의 한 병원 공사장에서 내벽 철거작업을 하던 50대 2명이 무너진 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28일 민추노총경기도본부와 경기공동행동 등이 조사해 발표한 산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산재 사고는 217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235건에 이어 2년 연속 산재 사고가 200건 이상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산재 사고 중 97%에 달하는 212건이 사망사고로 이어져 215명이 숨졌다.

고층 건물 외벽에서 작업하다가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93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장 컨베이어벨트 등에 끼여 목숨을 잃은 사고는 30건, 무너진 벽면에 깔린 사고는 21건 등이다.

숨진 215명 중 건설 종사자가 전체 절반을 넘는 52.8%로 113명이었다. 제조업 53명, 기타 49명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화성시가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용인 17건, 고양·시흥 14건, 김포·파주 12건, 수원·평택 11건 등의 순이었다.

31개 시·군 중 구리와 동두천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산재 사고가 났다.

이처럼 도내에서 잇따르는 산재 사고를 막기 위해 시민단체가 `최악의 살인기업'을 뽑아 심각성을 알렸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경기공동행동 등 5개 단체는 이날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2020 경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했다.

A건설, B건설, C건설사가 각각 불명예인 1위, 2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A건설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6명에 달한다.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다.

B건설 공사현장에서는 3명이 떨어지거나 깔리는 사고로 숨졌고, C건설사 아파트신축현장에서는 1명이 떨어져 숨졌다.

이들은 이날 “산재는 기업의 사회적 살인이고, 안전과 생명경시, 이윤추구가 만들어 낸 생산방식의 문제”라며 “안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산재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노동자는 소모품 신세를 면치 못한다”며 “기업에 책임을 묻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