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볼일없는 그래서 신경쓸 가치가 없는 것들을 주로 표현할 때 `사소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사소한 일이라 하면 우리도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소한 것은 정말 사소한 것일까.

그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는 언제나 사소한 것에 주의했다. 상대의 낡은 구두, 새 모자, 냄새, 발걸음, 목소리, 향수, 혹은 개의 울음소리에까지 주의했다. 우리는 무심코 넘기는 사소한 것들에서 상대의 삶을 추론한 것이다. 홈즈가 처음 방문한 사람의 모습에서 그의 상태를 추론하는 부분은 흥미진진하다. 상대의 어이없어 하는 모습과 홈즈의 별거 아니라는 듯한 태도는 대조를 이루며 유쾌하기까지 하다. 이런 비범한 관찰력과 추리력을 발휘하는 셜록 홈즈는 가상의 인물이다. 이와 유사한 어쩌면 더 집요한 실제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프로이트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꿈이라는 통로를 통해 무의식에 접근하였고 해석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개꿈이라고 하며 무시하던 시시한 소재를 가지고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밝혀낸 것이다. 사람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하지만 신기하게도 꿈을 가져오라고 하면 정말 꿈을 가져온다. 많은 경우 꿈은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곧잘 드러낸다. 꿈은 그 사람의 말하지 못하는 혹은 눈치재지 못하는 불안이나 걱정, 갈등을 표출한다. 다만 꿈 꾼 사람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혹은 알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꿈 이야기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꿈은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이트는 꿈의 말도 안되는 비합리적인 외현적 내용 아래 숨겨진 잠재적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어쩌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억누르고 산다. 그런데 억제된 것들은 언제나 나올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데 그 중의 유용한 한 통로가 바로 꿈인 것이다.

평상시에 우리가 수용하기를 거부한 내용을 꿈은 어떻게 내보내는 것일까. 우리는 꿈을 꾸고 도대체 왜 그런 내용의 꿈을 꾸었는지 황당할 때가 많다. 그래서 무시한다. 그런데 가끔 찜찜하고 불안하다. 꿈의 외형이 이리도 부조리한 것은 꿈이 여러 수단을 이용하여 소위 말하는 검열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꿈의 기억 특징들을 보면 꿈은 최근 며칠 동안의 인상을 꿈의 소재로 사용한다. 꿈은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부수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깨어 있을 때의 기억과는 다른 원칙에 따라 재료를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가 종종 무시하고 있던 사소한 것들이 꿈의 중앙에 등장한다.

꿈에 나타나는 사소한 것들처럼 요즘 우리의 생활의 사소한 것들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소소한 어쩌면 시시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느긋하게 오래 마시기, 마트에서 물건 사오기, 길을 가다 눈에 띄는 상점에 들러 구경하기, 좋은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전화해서 점심 약속하기, 맛있는 음식점에서 메뉴를 고민하기, 무심코 지하철_버스_택시 타기 등등.

전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던 많은 일들을 이제는 의식하게 되었다. 전에는 소소한 일들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중대한 일이 되어 버렸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기에 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 이것은 자유와 선택의 문제이다. 어쨌든 이런 사소한 일들이 우리의 삶에서 전혀 사소하지 않은 시간에 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양혜영 정신분석상담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