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의 봉쇄가 지난 4월8일부로 76일 만에 해제되었다. 여전히 무증상 감염자를 통한 전파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중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 국면에 들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에서 공개된 정보를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을 부정할 만한 정황은 특별히 확인되지 않는 것 같다.

현재의 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한 `원흉'으로 지목되며 국제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왔던 중국이 위기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난 반면, 중국과 아시아인들을 비난해왔던 서구 사회의 주요 국가들에서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에서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선진국의 개념이 재정립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이어가면서 자신들의 `성공한 경험'을 전파하려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탈리아와 세르비아, 이란, 이라크,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등지에 의료진을 파견했고, 다른 국가들을 대상으로도 의료용품을 판매하고 바이러스 대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려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세계적 전염병 확산을 막아내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평화적인 세계 강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 외신을 통해서 전해진 소식은 중국의 이러한 이미지 전략에 큰 타격을 주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광저우시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아프리카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 행태가 확산되고 있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당국에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광저우 시내에서 나이지리아 국적의 확진자 5명이 자가격리 기간에 지침을 어기고 식당과 공공장소를 돌아다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反)아프리카인 정서가 퍼진 것이다. 이로 인하여 광저우 시내 아프리카인 다수가 자체 격리를 강요받고 검역소에 갇히거나, 거주하던 공간에서 쫓겨나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고 한다.

서구 사회에서의 아시아인 차별이 문제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중국에서 아프리카인을 차별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편으로는 감염자의 해외 유입 사례가 계속 확인되면서 바이러스의 재확산에 대한 공포감과 불안감이 표출된 것으로 이해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사회에 내재한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의식이 드러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근대 중국에서는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하면서 백인 중심의 차별적 인종 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19세기 중국 지식인들의 글에서는 백인종이 가장 뛰어나고 황인종은 그에 버금가며, 갈색 인종과 홍인종은 이들보다 뒤처지고, 마지막으로 흑인종이 가장 열등하다는 인식이 자주 등장한다. 19세기 말에 유행한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이면서 서구 사회의 차별적 인종 관념을 스스로 내면화한 결과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러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운가.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 여성, 나아가서는 백인종이 아닌 외국인 전반에 대한 차별과 멸시의 시선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2년 전에 제주도 난민 문제가 한창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을 때도, 난민을 `인간'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특정 인종과 종교의 관점에서 재단하고 차별하지 않았는가.

얼마 전에 국내에서 중국인의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었던 것도, 단지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배후에는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중국인에 대한 전반적인 혐오와 차별의 시선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지금, 그들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왜 들리지 않는가.

바이러스는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혐오와 배제, 차별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의 인류 공통의 난제에 대해서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함께 어깨 걸고 대응하는 마음가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