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 종료' 여야 한목소리…인천 북부권 민심은 소각장

 

 

▲ 1992년 이후 인천·경기·서울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가 처리되는 수도권매립지. /사진제공=인천시 도시경관 변천기록 아카이브

'약속합니다. 수도권매립지 종료 및 환경 개선.'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수도권매립지 하루 빨리 완전 종료하겠습니다.'

4·15 총선 인천 서구을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선거공보 일부다. 언뜻 보면 한 명의 후보, 하나의 정당에서 내세운 공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쟁 관계에 있는 여야 후보들의 공약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념도, 정책도 다른 정당·후보들이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해선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인구 절반이 배출하는 생활쓰레기가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지속되는 환경 피해와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서구에선 수도권매립지 문을 닫아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번 총선에서는 수도권매립지에 더해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소각장이 인천 북부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한목소리로 '수도권매립지 종료'

수도권매립지에선 지난 1992년부터 인천·경기·서울 생활폐기물이 매립되고 있다. 당초 2016년 말로 매립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2015년 6월 '4자(인천시·경기도·서울시·환경부) 협의체' 합의로 제3매립장 1공구까지 사용이 연장됐다.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 반입량 추이로 보면 2025년 전후로 3-1매립장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수차례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강조해왔다. 이를 위한 대체 매립지 조성 협의를 촉구하고, 한편으로는 인천만의 자체 매립지 조성을 준비하는 연구용역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4자 협의체 합의문에 "대체 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를 추가 사용한다"는 독소조항으로 주민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대체 매립지 조성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인천시를 제외한 4자 협의체의 다른 주체들이 수도권매립지를 연장하려고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를 두고 있는 서구을 지역구 후보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앞세워 민심 잡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후보는 공약 첫머리에 '수도권매립지 종료 및 환경 개선'을 제시했다. 미래통합당 박종진 후보도 법 개정, 헌법소원 심판청구도 불사하겠다며 '수도권매립지 닥치고 종료'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강경한 태도는 인접 지역구인 서구갑 역시 다르지 않다. 민주당 김교흥 후보는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 로드맵 수립'을, 통합당 이학재 후보는 '수도권 대체 매립지 조성 추진'을 약속했다.
특히 서구갑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에선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청라소각장 폐쇄'를 강조한 대목이다.

▲북부권 민심 좌우할 '소각장 반대'

인천 북부권 생활폐기물이 소각되는 청라자원환경센터는 2001년부터 가동됐다. 시설 노후로 폐기물 처리량이 떨어지면서 청라소각장 증설 필요성이 떠오르자, 주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왔다.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은 온라인 시민청원에 '청라소각장 폐쇄·이전'을 제기했고,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1월 "시민이 수용하지 않는 한 소각장 증설은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서구갑 지역구에서 경쟁하는 민주당 김교흥 후보와 통합당 이학재 후보가 나란히 '청라소각장 폐쇄'를 공약한 배경이다.

소각장은 수도권매립지, 나아가 자원순환 정책과도 연결된다. 시는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을 강조하며 자체 매립지 조성과 광역소각장 확충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문을 닫으려면 자체 매립장이 필요하고, 친환경 매립을 위해선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하지 않고 소각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까닭이다.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대로라면 군·구별, 최소한 권역별 폐기물 처리시설이 추가돼야 한다.

소각장은 서구를 넘어 계양구 선거판도 달구고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인 계양테크노밸리에 소각시설이 계획돼 있다는 논란이 벌어지면서 계양구을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일제히 '소각장 반대'를 구호로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다만 반대를 강조하는 문구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민주당 송영길 후보는 "동양동·귤현동 일원 소각장을 막아내겠다"고 약속했고, 통합당 윤형선 후보는 "계양 광역 소각장 온몸으로 저지하겠다"는 구호를 앞세웠다. 송 후보로선 같은 당 박남춘 시장이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을 강조한 시점에서 광역 소각장을 무조건 반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동양동·귤현동'이라고 특정 지역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윤 후보는 "민주당과 인천시는 소각장 계획 철회하라"며 선명성을 앞세우고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