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씨, 양평 주택 계약 … 공사 지연
제때 입주 못하고 아이들 통학 불편
남양주시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최모(43)씨는 매일 아침 9살 11살 두 아들을 볼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서울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학창시절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최씨는 2018년 1월 A시행사가 양평 수능리에 짓는 전원주택단지를 알게 됐다. 사방이 산과 계곡으로 둘러 쌓여있고 3㎞ 떨어진 곳에는 북한강이 흐르는 곳이다. 초등학교도 5㎞ 내에 있고 시행사 측이 통학버스 제공을 약속했다. 교육여건, 자연환경 모두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다. 전원생활을 꿈꾸던 그는 2018년 3월 7000만원을 내고 분양계약을 했다. 중도금(2018년 9월) 1억원과 잔금(2019년 2월) 1억7000만원 등 3억5000만원에 수영장이 있는 전원주택(235㎡·2층)을 분양받는 조건이었다.

계약 1년 후인 2019년 3월 집이 완공된다는 시행사의 말에 서울 살던 집을 전세를 줬다. 아이들 학교도 신학기에 맞춰 옮기기로 했다. 그는 계약 6개월 후 현장을 찾았을 때 건물 골조만 달랑 서 있는 것을 보고 중도금을 내지 않았다. 완공된다던 지난해 3월까지 전원주택은 앙상한 골조만 세워진 상태였다. 남양주시 사진관으로 세간살이를 옮겼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공사 진척이 없자 시행사측에 계약금 등 7000여만원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최씨처럼 이 전원주택단지 공사 지연으로 제때 입주하지 못한 계약자들은 32가구가 더 있다. A시행사가 양평 수능리에 짓는 전원주택단지에는 주택 48개가 들어서는데 이 중 16개만 공사가 끝난 상태다.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도록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도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학교에 다니면서 힘겨워하고 있다"며 "돈이 있어야 새로운 거처를 알아보는데 이마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시행사 관계자는 "전원주택단지 인근 주민들이 소음과 지하수 흐름 방해 등의 문제로 민원을 계속해서 제기했고 군청에서도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며 "민원 내용에 대해 용역 등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야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공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계약을 한 계약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적자를 내면서도 임시거처를 따로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며 "적자 등으로 최씨에게 계약금을 바로 돌려주지 못했는데 오는 10일까지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