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이겨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시민적 역량 강화와 연대의식 함양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인권이 기본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주거·보건·환경·치안 등의 분야에서 행정을 펼쳐 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선에 있으므로 지자체 없이 인권이 실현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자체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인권 책무를 제대로 이행할 때 행정의 정당성 및 합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인권을 염두에 두지 않고 행정을 추진하면 민원제기, 진정, 행정소송 등으로 귀결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가 인권체계를 어떻게 보장하고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고민은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권이라는 인류 전체의 보편적 원칙과 도시라는 삶의 터전을 하나로 결합하는 인권도시(Human Right + City)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인권도시에서는 이전까지 주로 국가 차원의 주제였던 인권을 도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실행해 누구나 도시생활의 자유와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포용을 강화하고자 한다.

인권도시를 위해서는 행정에 있어 인권규범, 인권실행기구, 인권정책 및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인권규범에는 인권조례·인권헌장·인권선언 등이, 인권실행기구에는 인권위원회·인권전담조직·인권센터·인권보호관 등이, 인권정책 및 프로그램에는 인권실태조사·인권정책기본계획·인권영향평가·인권지표·인권교육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행정에 의해서만 인권도시를 이룰 수는 없으며, 시민들로부터의 인권요구, 인권의식 향상 및 인권존중 문화, 인권 네트워크 및 연대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12년 지자체에 인권기본조례 표준안의 제시 및 제정을 권고했고, 이에 따라 17개 광역지자체와 95개 기초지자체는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했다.

또 인권위원회와 인권전담조직, 인권보호관 등을 두고 인권정책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으며, 인천시 역시 오랜 진통 끝에 2019년 1월7일 인권기본조례가 제정돼 인권 관련 행정과 활동들이 행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기초지자체 226개 중 95개만이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는 25개 중 15개, 부산 16개 중 10개, 대구 8개 중 4개, 대전 5개 중 4개, 광주와 울산은 5개 모두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했으며, 충남도 15개 모두에 제정돼 있다. 그러나 인천시에는 기초지자체 10개 중 미추홀구와 서구 2개에만 인권기본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미추홀구에서는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를 통해 인권기본조례에 따른 인권업무를 펴고 있지만, 서구에서는 안타깝게도 인권기본조례 제정 후 후속절차 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인권기본조례 제정 이후 인권위원회와 인권보호관제도를 운영하고, 현재 시민인권팀(일자리경제본부 노동인권과)이 설치되어 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 등 인권행정을 수행하면서 인권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인권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광역단위 뿐만 아니라 기초단위에서도 기본적인 인권도시 구성요소들이 어울어져 함께할 때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시민들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최상의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따라서 나머지 8개 기초지자체에도 인권기본조례 제정과 더불어 인권위원회, 인권전담조직 등을 갖춰 인권에 기반한 행정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인천시에서는 이를 위한 지원과 협조를 하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 확진자수는 줄고 있고, 완치 및 격리해제수는 늘고 있다. 변수만 발생하지 않으면 조만간 확실한 변곡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 예상한다. 변수는 항상 사각지대에서 발생해 왔으며, 코로나19의 사각지대는 인권·복지·안전의 사각지대와 일치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인천시의 각 구·군에도 하루속히 인권기본조례 제정 등 인권도시 구성요소들이 갖추어져 인권에 기반한 행정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대기 변호사·인천시 인권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