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166개 지역에서 30만6677명이 감염됐고 1만3017명의 사망자(3.22일 현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전염병 확산으로 사람들 바깥 활동이 위축되고 체감경기도 얼어붙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낱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생물체가 그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인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다시금 겸손함을 배운다. 어쩌면 전염병이란 그 형태만 다를 뿐 인류와 늘 함께한 동반자다. 홍역은 고대 그리스 문명을 쇠퇴시켰으며, 흑사병은 14세기 유럽 인구의 최소 30%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에서 발진티푸스라는 전염병으로 수많은 병사를 잃었고 결국 패배의 한 원인이 되었다. 20세기 초 발병했던 스페인 독감으로 최대 5000만명이 희생되었다고 하며, 당시 우리나라에도 전파돼 약 1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은 오염된 식수를 통해 전파되며 오늘날에도 위생환경이 열악한 나라에서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상하수도 시스템은 공중위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도시에 안전한 물이 공급되고 각종 세균의 온상인 오수(汚水)가 생활 주변에서 격리되자 많은 전염병이 자취를 감췄다. 권위 있는 영국의학저널(BMJ)에서 실시한 인간 수명 연장에 공헌한 발명 순위에서 상하수도 시스템이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 시설은 1908년 서울의 뚝도정수장이고, 하수처리장은 그보다 늦은 1976년 청계하수처리장(現 중랑물재생센터)이 효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9.1%이며 하수도 보급률은 92.9%에 이르러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하수도 시스템이 그동안 외형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내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상하수도 시스템은 눈에 띄지 않는 지하 구조물이 대부분이어서 운영관리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특히 상수도는 사람이 마실 물을 24시간 중단 없이 공급해야 하니 그 어려움이 더한다. 이에 환경부에서도 유역수도지원센터를 출범시키고 스마트 관망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등 상수도 서비스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유역수도지원센터는 전국 상수도 시설을 대상으로 위기대응, 기술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어 인적, 기술적 제한이 있는 지방 상수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우리나라 방역체계가 전 세계의 관심과 찬사를 받고 있다. 오랜 외침의 역사 속에 내재된 불굴의 고난극복 정신과 '빨리빨리'란 용어로 대변되는 신속 기민함이 또 한 번 해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나라 상하수도 시스템도 세계로부터 주목받을 날을 기대해 본다.

김현한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수도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