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도 예외 없이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노동신문 2월16일자에 의하면 전염병과의 투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소 단위나 주민들 사이에서 원래 북한에서는 마스크 착용 문화가 없어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거리,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음을 그릇된 행동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2018년 남북관계 해빙기를 맞아 예술단 단장으로 방남한 현송월 단장이 왜, 서울에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냐고 물었다는 기억이 새롭다. 오랜 대북 국제 제재로 가뜩이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국가 존망과도 무관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라도 모를 주민들의 방심으로 촘촘한 방역망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최고위급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고 김정일 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에 김 위원장과 참배객 인원이 18명인 것도 전년도 30여명에 달한 것을 비교해 보면 절반 수준인 것으로 볼 때도 그러하다. 김재룡 내각총리의 현장 시찰에서도 이례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음을 볼 때 북한도 신종 코로나19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방증일 것이다. '경제 불안감'도 표출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주시하면서 유엔무역개발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세계 경제 손실액이 2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각국의 경제 지표와 국제 유가 등을 보도하면서 경제 관련 파급효과도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가 자국 경제에 끼칠 악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최근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코로나19의 전파 막기 위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북한은 2월초에 국경 폐쇄로 중국과의 교역이 끊긴지도 한 달이 넘었고 우리와의 유일한 접촉 창구였던 남북 연락 사무소도 닫아 버렸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 타개를 위해 주변국의 의존도를 줄이자며 수입품을 배척하고 자력갱생의 전투적 모드를 강화하고 있지만 자국 내 도시간 이동이 차단되어 원자재 수급 불투명으로 인해 국산화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과의 국경 폐쇄로 인해 북한 경제의 대들보인 장마당 경제가 직격탄을 피할 수도 없다. 북한 당국의 선제적인 방역 조치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견디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상황은 엄중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선전매체인 통일 메아리에서 최근 북한의 피복 공장 두 공장에서 이틀 동안 4만5000여개의 마스크를 생산했고 염소계 소독제인 이산화 염소수를 자체 생산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유전자 증폭검사(PCR)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인플루엔자 검사를 수행할 능력이 있고 WHO는 북한당국의 요청으로 시약 및 의료진을 위한 마스크, 장갑, 가운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반드시 싸워 이길 것이고 소중한 건강을 지킬 것을 염원하는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보내 왔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위한 '남북 협력사업 추진'을 언급한 만큼 친서 계기로 협력사업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해 본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의 부분 가동을 제안한다.
최근 북한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적십자연맹으로부터 마스크 등을 조달받는 등 방역물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UN이 북한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천명하는 마당에 세계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에서 마스크와 방진복 등 개인장비와 진단 키트 등을 생산해 남북한 및 인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명분이 있기에 가능한 이유이다.
그것도 단기간 내에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우리 기업은 갖추고 있으며 경쟁력과 위기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하루 빨리 제반 준비를 마련해 실행하길 촉구한다. 위기가 새로운 기회일 수 있거늘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이 코로나19 공동 극복의 계기로 승화되길 기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이고 다시 쓰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시작일 것이다.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인하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