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나무꾼이 자기 쇠도끼를 되찾고 금도끼 은도끼를 덤으로 얻었다는 이솝 우화가 있다. 이렇듯 정직에 대한 교훈적 에피소드가 유난히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들은 한결같이 자식들이 정직하고 착하게 커가기를 바란다. 인간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해야 한다. 우리가 정직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 민간단체가 발표한 2019년 국민정직지수조사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성인의 정직지수(60.2)가 청소년 정직지수(77.3)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연구센터 센터장 안종배 한세대교수)

그렇게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놓고 정작 성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직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위기의 순간을 쉽게 벗어나기 위해, 이기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부정직한 짓을 저지르지만 시간이 지나 때가 되면 사실은 드러나고 올바른 평가가 내려진다. 언론이나 SNS 상에 부정직이 드러나 망신을 당하는 수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국가가 정책을 펴나가는데도 정직은 핵심요소이다. 공자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경제,국방,신뢰' 세 가지를 들었다. 그중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것으로 '신뢰'를 강조했다.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는 존립하지 못한다 民無信不立"고 했다.(논어 안연편) 신뢰는 개인이나 국가나 정직과 진정성으로부터 형성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끊임없는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쫓아 정책문제를 찾고 국민의 참여 속에 정책을 결정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폭넓은 지지를 얻어가면서 정책을 집행해야 성공적인 정책과정이 완성된다. 정책성공의 전제는 투명성과 진실성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비교해보자. 일본은 국가적 중요 이벤트인 올림픽개최(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식적 확진자수를 줄이려는 것이 기본방침인 것 같다. 3월13일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올림픽 연기를 언급한 이후 약간의 변화기류가 보이나 아직도 코로나19 축소가 기본정책 같다. 초기 크루즈선 입항 거부와 발열 기침 등 유증상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검사를 시행한 것이 그것이다. 확진자 수가 증가하자 취한 급작스런 중국인·한국인에 대한 사실상 입국금지조치, 각급 학교 휴교령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정보공개도 최소화하고 있다.

3월17일 7시00분으로 발표된 후생성 발생상황을 보면 국내는 3월15일 현재 확진자 829명 사망자28명로 되어있다. 이틀이나 늦고 크루즈 확진자 712명 사망자 7명은 국내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 표시했다. 일본국민들은 오히려 이런 정부의 발표와 대응에 점점 의문을 갖고 불안해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국은 매일 두 번씩 방역책임자가 직접 TV생중계로 코로나19 발생 상황을 브리핑한다. 당일 업데이트된 정보를 정확하게 밝힌다. 또한 역학조사결과를 토대로 신규확진자의 구체적 동선을 공개하고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긴급재난문자로 통보한다. 그리고 3월17일 현재 28만여명에 대해 선제적 검사를 진행했다.(확진자 8320명에 비해 많은 숫자이다) 검사편의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도입과 비용부담을 최소화했다.

국민들은 신천지확산과 마스크 공급문제로 동요하고 불안해했었다. 그러나 2월29일 신규 확진자 909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대통령의 직접적이고 성실한 대응과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활동, IT기술을 활용한 범국가적 총력대응에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전략을 비교해 보자. 정보공개를 최소화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일본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발표된 확진자 사망자가 적어 안정국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국민들은 오히려 불안과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확하고 철저한 정보공개와 적극적인 선제적 검사 방역시행으로 신뢰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 초기의 성급한 낙관적 예측, 중국인 등 국외 감염자유입 대처미숙, 신천지 등 종교행사 미온적 대처, 공공 의료시설 부족 대처, 현장성 부족한 마스크 공급문제 등으로 대응능력 부족을 노출시켰고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했다. 정직은 최상의 정책이다. 그러나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는 끊임없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코로나19사태는 교훈을 주고 있다. 국정은 연습이 없다.

서정규 인천시설공단 이사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