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하나 나왔다. 한국전력공사가 안산시를 상대로 낸 '송전선로 및 송전철탑 점용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적법하다며 안산시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송전선로 아래 공유수면(선하지)에 대한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게 된 전국 첫 사례다.

여기서 말하는 '선하지'는 송전선로가 지나는 전선 아래 토지 및 수면을 총칭한다. 한전은 영흥도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신시흥변전소로 보내기 위해 시화호 일대에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설치했다. 68개의 송전탑 중 47개(총길이 16㎞)가 안산지역 내 공유수면 위에 만들어졌다.

그간 송전철탑에 대한 점용료는 징수돼 왔으나, 송전선로에 대한 점용료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나 판례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것이다. 이번 대법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안산시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공유수면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2010년 1월 공유수면관리법과 공유수면매립법이 통합돼 제정된 '공유수면법' 등에서 송전선로를 '건축물'로 규정한 근거를 토대로 2018년 3월 한전에 점·사용료로 219억원(2013년 3월~2018년 5월)을 부과해 전액 납부받았고, 한전이 두 달 뒤 송전선로 점·사용료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월 나온 1심은 송전선로 설치 당시 철탑 점용료만 받기로 하고 선하지에 대한 점용료 징수는 없을 것이라고 믿고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했던 한전과의 '신뢰보호원칙'을 안산시에서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전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안산시가 선하지 점용료를 받지 않겠다고 논의한 자료가 없다'며 시의 손을 들어줬으며,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더욱이 이번 판결이 나오는 과정에 안산시 한 공직자의 집요하고 끈질긴 행정행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관심을 끈다. 주인공은 안산시 대부해양본부 해양수산과에 근무 중인 이지선(6급·해양수산직) 주무관으로, 명확한 규정이나 판례가 없던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해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

올해로 공직생활 16년 차인 이 주무관은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상급기관인 해양수산부에 적극적으로 질의하면서 2004년 시화호 공유수면과 대부도 일원에 한전이 설치한 47기의 철탑과 송전선로에 대한 점·사용료 부과 토대를 마련했다.

직급상 하위직 공무원인 이 주무관의 적극적이고 끈질긴 행정행위로 안산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유수면에 설치된 송전선로에 점용료 부과를 이끌어내 매년 수십억원의 세외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는 이를 통해 과거 징수한 점용료 219억원 외에도 앞으로 매년 주변 공시지가를 토대로 산정된 점용료를 세외수입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올해 37억원으로 추정되는 점용료는 매년 공시지가 상승분이 반영되면 내년에는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안산시도 이 주무관의 공로를 인정해 1호봉 특별승급과 500만원의 격려금, 유럽 해외연수라는 인센티브 부여로 화답했다. 담당부서도 100만원의 격려금을 받게 됐다.

안병선 경기서부취재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