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적 30% 차지하지만 람사르습지도시 공모 고배…세계자연유산 등재도 배제

국내 갯벌 면적의 30%를 차지하는 인천 갯벌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송도갯벌을 품은 연수구는 '람사르습지도시' 후보지에서 탈락했고, 강화도·장봉도 등지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추진되는 '한국의 갯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개발과 보전 사이 위태로운 인천 갯벌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제주 서귀포시(물영아리오름), 전북 고창군(운곡습지·고창갯벌), 충남 서천군(서천갯벌) 등 모범 습지도시 3곳을 선정해 '람사르습지도시' 국제 인증을 신청한다고 12일 밝혔다.

연수구도 람사르습지도시 공모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연수구에는 지난 2014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송도갯벌(6.11㎢)이 있다. 평가 항목은 습지 생태계 보전 방안, 습지 복원과 관리, 지역주민관리위원회 운영 등이었다. 개발 사업이 현재진행형인 송도국제도시 특성상 환경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람사르습지도시는 국제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은 람사르습지 부근에 위치해 습지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참여한 도시나 마을을 인증하는 제도다. 지난 2018년 7개 국 18개 도시가 최초로 인증받았다. 국내에선 경남 창녕군, 강원 인제군, 전남 순천시, 제주시 등 4곳이 포함됐다. 람사르습지도시가 되면 지역 농산품·생산품 등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친환경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고, 생태관광 등과 연계한 지역경제 혜택도 주어진다.

국제 협약인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인천 갯벌은 송도가 유일하다. 인천 갯벌 면적은 강화군(256.1㎢), 옹진군(298.2㎢) 등 총 728.3㎢에 이른다. 국내 갯벌 전체 면적 2482㎢의 29.3%를 차지한다. 시·도별로는 전남(1053.7㎢)에 이어 두 번째로 넓다.

하지만 인천 갯벌은 생태계 보호 측면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람사르습지뿐 아니라 해수부가 지정하는 습지보호지역에도 송도갯벌과 옹진군 장봉도갯벌(68.4㎢)만 포함돼 있다. 시 해양환경팀 관계자는 "강화갯벌만 봐도 국제적으로 생태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데 해당지역 주민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의 갯벌'에서 인천이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의 갯벌'에는 충남(서천), 전북(고창), 전남(신안·보성·순천)의 갯벌만 포함됐다. 황해 연안에서 인천만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국제기구 인증을 받으려면 국내법상 보호지역으로 우선 지정돼야 한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송도갯벌도 개발 과정에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번식이 확인되며 일부만 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지금도 도로 건설 계획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갯벌 보호는 정책적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