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은 희망 메시지로 다가와
▲ 영화 '감기' 스틸컷 /사진제공=영화진흥위원회


신종 바이러스로 국내 한 도시가 폐쇄됐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표정을 감췄다. 보건당국은 백신 개발과 항체 확보에 사투를 벌인다 ….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잠식된 대한민국이 아니라 영화 '감기' 얘기다. 김성수 감독의 '감기'는 2013년 개봉했지만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상황과 아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설정은 우리의 현실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호흡기로 감염되는 속도가 초당 3.4명이며 치사율 100%이고 백신은 없다. 경기도 분당에서 빠른 속도로 창궐이 시작됐기 때문에 손 쓸 새도 없이 분당이 봉쇄되고 시민 모두 수용소에 격리된다. 계속 불어나는 수만명의 시신은 대형 크레인으로 구덩이에 던져 불태운다. 설상가상 생존자들의 폭동에 군작전 통제권을 가진 미국이 무차별 발포를 지시한다.
여기에 감염된 딸을 보호해야 하는 수애가 감염내과 전문의로 나오며 장혁은 이들 모녀를 지키는 열혈 구조대원 역할이다.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가려내기 위해 등장하는 진단키트나 꼼짝없이 격리된 채 일상을 잃은 분당 시민들의 모습은 2013년에 이미 2020년을 예언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금과 판박이다.

장혁이 비호한 소녀에게서 항체를 발견한다는 스토리를 통해 영화는 미지의 재앙 앞에서 느끼는 극한의 공포와 이기심도 결국 인간의 인류애와 정의감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결론을 낸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의협심이나 지리멸렬한 로맨스, 허술한 인과관계를 말도 안 되는 우연으로 메우는 엉성한 영화의 전개는 바이러스로 덮기에도 역부족이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결말만큼은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영화에서 사람들이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마스크는 어떻게 구했는지 모두 넉넉히 쓰고 있다. 2020년을 겪은 감독이 다시 돌아가 영화를 만든다면 지금의 마스크대란 에피소드를 꼭 넣지 않을까?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