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언론계 선배인 남시욱 박사로부터 750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자 <한국 보수세력 연구>를 증정 받았다. 2005년 초판에 이어서 2011년 증보판을 발간한 후 9년만에 다시 나온 개정 증보판이었다. 학술서적에 가까운 책자이지만 주요신문에 크게 나온 광고를 보고 사서 읽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별지의 '증정의 말씀'과 함께 집으로 배달된 묵직한 책자를 펴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한국 보수세력의 원조가 1870~1880년대 조선조 말기에 수구적인 집권세력에 맞서 문명개화와 부국강병을 도모한 진보적인 개화파라고 본다. 박규수, 오경석, 유흥기 등의 개화파 1세대와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의 2세대와 이승만, 안창호, 신흥우 등을 3세대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들 중 이승만은 젊은 시절 개화파의 일원이었고 3·1운동 직후에는 임시정부 대통령이 되었으며 광복후에는 대한민국을 건국하여 초대 대통령이 된 한국 우익·보수 세력의 시조로 꼽았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정보 선진국을 만든 주역으로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민주화 세력은 총체적인 국민 역량이었지만 정통 보수 야당과 이를 지원한 김수환 추기경으로 대표되는 종교계와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일부 보수세력은 이승만, 박정희 정권 때 독재에 앞장서거나 협력하고 부정과 부패 등 도덕적 퇴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 12년, 박정희 18년, 전두환 7년간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거치면서 권력형 부패와 정경유착이 일상화되었다. 고도성장기에 이념과 체제에 무관심하면서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경제적 이득에만 집착했던 측면도 있었다.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보수란 말은 수구, 반동, 기득권 유지라는 의미를 풍기기 때문에 일부 양심적인 우파 인사들은 스스로 보수주의자가 아니라고 한다고 지적하면서 과감한 자기 혁신을 통해 수구 반동 기득권의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보수세력의 여건이 어렵더라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수호하고 '통일선진 한국'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확고해야 하며 촛불혁명과 포퓰리즘 및 인민민주주의로부터 위협받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할 사명이 보수 세력에게 부여되어 있다고 했다. 150년에 달하는 한국 보수세력의 공과를 학자적 양심과 언론인의 현실감으로 파헤친 보기 드문 명저였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