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과 걱정이 고조되고 있는 아주 어려운 시기다. 이런 상황에 2020년 2월28일 대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고 자가격리된 20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구급차로 이동 중 보건소 의료진에게 욕설을 퍼붓고 급기야 직원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 발생했다.

불철주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격리와 치료로 일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폭언과 침을 뱉는 저품격 언어와 행동은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품격'이란 말은 품격 있는 행동, 품격 있는 음악회, 품격 높은 정치, 품격 높은 상품 등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에게 통용되는 언어가 되었다. 더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말과 우리글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품격 있는 언어 운동'을 펼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저품격 언어는 저속한 표현의 언어로 품위가 낮고 속되어 품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언어를 말한다. 폭력적 표현, 비속어, 인격 모독 표현, 차별적 표현, 은어 및 통신어, 선정적 표현 등의 언어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 언어를 저하시키며 파괴시키는 저품격 언어로 방송과 인터넷 언어를 꼽을 수 있다. 방송언어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확한 표현으로 과장되거나 축소시키는 오류가 없어야 한다.

또한 저속한 표현을 통해 각계각층의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아야 하며, 개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비하하는 표현 등을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방송언어는 시청률에 연연하여 이러한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다.
"저걸 확 밟아버릴래, 찢어 발겨 버려<무한도전 321회>, 넌, 그냥 개야, 이 바보야<무한도전 323회>, 씹어먹을 놈이 인천까지 가서 스파게티를 처먹어<돈의 화신 9회>, 다 지껄였어? 나머지 개소리는 지옥 가서 짖어<돈의 화신 22회>, 니 서방 입좀 꿰맬려고 그런다<백년의 유산 20회>, 저 주둥아리 콱 꿰매버리기 전에 닥쳐<백년의 유산 21회>, 강원도 사람은 다 그래<웰컴 투 시월드 28회>" 등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사례로 시청률이 높아 국민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함은 물론,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컸다.

이러한 방송 언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세대는 청소년들이다. 요즘 청소년 언어폭력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교실은 욕설문화로 바뀌면서 욕을 하지 않으면 왕따로 몰리고, SNS 확산으로 언어 파괴 현상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8월 인하대 국어문화원에서 주관하여 실시한 <청소년 우리말 지킴이>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인천 시내 100명의 중·고등학생 설문조사 결과, '평소에 비속어를 사용하느냐?' 질문에 97%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비속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습관이 되어서(81%)',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기 싫어서(13%)'로 답했다. 'ㅆ발(놈), 병신xx, 개xx, ㅈ나, ㅈ라, 빡치다, 지랄, 찐따, 엠창, 쓰레기, 씨뿌둥 쇠파이프 같은 xx들, 틀딱충(틀니 딱딱거리는 벌레로 노인 비하), 급식충(급식 먹는 벌레로 초·중·고생 비하), 개저씨(개념없는 아저씨로 40·50대 남성 비하)' 등 요즘 청소년 언어는 욕설과 비속어 등이 일상적이다.

언어는 내 마음대로 함부로 사용하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해 온 문화적 유산이다.
따라서 국민은 저품격 언어 사용을 지양하고 서로에게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국어 발전과 국어 문화 창달에 기여할 책임이 있다.

박덕유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인하대 국어문화원장이며, 인천시 문화재간판위원회 위원이다. 인하대 사범대학장, 한국국어교육학회장,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 위원, 국립국어원 국어규범정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덕유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