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탄핵 바람이 불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12월 하원에서 권력남용 혐의에 대해 230대 197, 의회방해 혐의에 대해 229대 198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하원은 435석 가운데 민주당이 233석, 공화당 197석, 무소속 1석이다. 그러나 2020년 2월 상원에서는 권력남용 혐의가 48대 52, 의회방해 혐의는 47대 53으로 탄핵이 부결되었다. 상원은 100석 가운데 공화당이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이다. 미국과 같이 양원제 국가에서는 하원이 탄핵소추권을 갖고 상원이 탄핵심판권을 갖는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과 부통령 등 연방 공직자를 탄핵할 수 있는데 그 사유는 반역, 뇌물수수 또는 기타 중범죄와 비행이다.

250여년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닉슨 대통령이었다. 닉슨은 1972년 6월 재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통령선거운동본부 워터게이트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는 괴한들의 사건으로 의심을 받았다. 비록 재선에 성공했지만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증거를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탄핵의 대상이 되었다. 2년 동안 괴한에 대한 재판, 증거은폐와 언론의 추적, 수사방해와 측근의 증언 끝에 1974년 7월 하원 법사위원회가 권력남용, 의회모독, 사법방해 등을 사유로 탄핵 절차를 시작하기로 가결했다. 이에 닉슨은 8월에 사임했다. 1972년 선거 결과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에서 242석(52%)을 차지했고 상원에서 56석(56%)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원의 과반수가 탄핵을 찬성하고 상원의 3분의 2 이상도 가결할 가능성이 컸다. 닉슨이 직접 괴한들을 위증하게 만들라고 말하는 녹음테이프가 공개된 뒤였다.

그러나 나머지 세 번의 탄핵은 모두 상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1865년 재선에 따른 새 임기가 시작된 지 두 달도 안되어 링컨 대통령이 암살되자 뒤를 이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1868년 탄핵에 처했다. 존슨은 당시 전쟁부 장관이 충성할 대상은 의회이지 대통령이 아니라고 선언하자 해임시켰다. 존슨은 장관 해임 시 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당시 절차를 거슬렀고, 의회는 탄핵으로 맞섰다. 하원은 126대 47로 탄핵안을 가결했으나 상원에서는 당시 정원 54명 가운데 35명만 찬성해 1명 차이로 부결되었다.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은 성추문으로 불거져서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로 진행되었다. 1998년 12월 하원은 이미 과반수 공화당에 민주당 의원 31명까지 합류해 258대 176으로 탄핵소추를 가결했다.
하지만 1999년 2월 상원은 표결 끝에 하원의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다. 당시 민주당 45석이 뭉쳐서 공화당 55석을 막아 상원 재적의원 3분의 2인 67석을 넘지 못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갖고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권을 갖고 있다. 국회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의결로 탄핵소추가 발의되고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그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93대 2로 가결되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145석, 자유민주연합 10석, 민주국민당 1석, 국민통합21 1석, 무소속 11석인 반면, 새천년민주당 57석, 열린우리당 49석이었는데 새천년민주당의 이탈이 많았다. 2016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234대 57로 가결되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등이었으니 새누리당의 이탈이 많았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은 인용했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데 한국에서는 느닷없이 탄핵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미래통합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의 자리를 내줄 것을 염려하는 중이다. 이미 올해 처음으로 제도화된 온라인 국민동의청원을 통하여 국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청원이 성립되기도 했다.

또 다시 탄핵 움직임이 일어나는 중이다. 4월에 열릴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에 따라 탄핵소추의 발의나 가결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매우 중요한 선거가 아닐 수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