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위원장

코로나로 전국이 난리다. 언론도 방송도 코로나 뉴스로 넘쳐난다. 개학도 연기되었고 평소에 사람이 많던 곳이 텅 비어 있다. 전철로 출퇴근을 하는데 자리를 잡기 쉬울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사람들이 줄었다. 평소에 붐비던 많은 곳들이 눈에 띄게 한산해진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오히려 더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 먼저 의료진이 떠오른다. 내 친구 하나는 의사인데 종합병원 등에 근무하다가 수입이 적어도 좀 느긋하게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고 싶다고 보건소로 갔는데 선별진료소로 가게 되어 오히려 바빠졌다고 방호복을 입은 사진을 올렸다. 친구들은 격려와 칭찬의 메시지로 응원하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하지만 가장 전염의 위험이 높은 의료기관 노동자들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바빠진 이들은 배달노동자다. 집 밖을 가기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택배 물량이 배는 늘었고 배달 또한 늘었다고 한다. 늘어난 물량만큼 이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마스크는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배달가는 장소의 안전은 보장되는지 불투명하다.

또 늘어난 택배로 인한 센 노동 강도는 안전 사고의 위험을 증대시킨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노동법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라 더 위험하다. 이들의 안전보장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몰리는 것을 피하라며 외출도 삼가라지만 학교에 매일 나가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돌봄교실이 그곳이다. 학원도 쉬라고 하지만 돌봄교실은 쉬지 않는다.

부모들이 돌봄휴가를 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오히려 긴급돌봄을 하겠다며 돌봄 수요를 조사했다. 돌봄교실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돌봄을 받는 아이들과 이들을 돌보는 돌봄전담사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마스크와 소독제가 우선 공급되어야 하고 혹 돌봄이 늘어나면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교직원의 최소 출근을 장려하고 있는데 텅빈 학교에서 돌봄 교실만 열려 안전의 책임을 돌봄전담사에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들 말고도 많은 이들이 코로나 위기를 함께 넘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 많은 이들이 전염병의 위기와 함께 생계의 위기 또한 함께 느끼고 있다. 얼마 전 대기업들이 재택근무 체제로 들어가자 청년들이 SNS에서 "역시 대갓집 머슴을 해야 한다"며 자조적으로 글을 올리는 것을 보았다.

특히 같은 기관에서 누구는 재택근무, 누구는 무급이라는 식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무급을 적용받는 이들이 평소에도 임금이 낮은 사람들이 많으므로 더욱 그렇다. 코로나 위기는 안전과 생계의 위기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우선하는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