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다 '선견지명'
'코로나19' 가용수단 동원 홍보
설 명절 전 지자체 유일 T·F팀
주민도 놀란 '디테일'
아파트 정화조 배기덕트 탈착
최악 가정 사태 해결 전행정력
'시민안전' 우선 행정
재발 방지 매뉴얼 백서 만들고
국가적 제도 개선 도출 하기도
▲ 염태영 수원시장과 공직자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수원시

 

 


"수원시는 행정의 첫 번째 가치를 '시민 안전'에 두고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 때까지 중단 없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재난과 과잉대응' 백서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의 말)①준비 ②침착 ③신속 ④예방.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원시가 펼쳐온 대응 방식의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곳은 인구 120만명에 달하는 대도시이지만, 불안한 상황에도 시민-지자체 간 신뢰가 끈끈하게 유지됐다.

중앙정부나 관계 당국의 컨트롤로 움직이는 지방정부로는 이례적이다.

2017년 경기지역 최초로 '재난안전상황실'을 24시간 365일 전담 운영에 돌입했고, 이후 국가적인 개선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수원시가 완성도 높은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등을 알아봤다.
 

 

# '바이러스'에도 역시 빠른 '시 재난 시스템'

수원시는 전 세계를 들쑤신 '코로나19'가 국내에 도래하기 전, 1월22일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했다.

'불안감 조성' 탓에 지역 차원의 대책은 드물 때다.

당시 시는 지자체 중 유례없는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 결과 수원에 있는 '능동감시대상자'와 '조사대상 유증상자'에 대한 설명과 감염증 대응 요령 등이 담긴 안내를 전 시민으로 전파되기 시작됐다.

언론보도와 시 홍보 수단을 전부 동원했다.

'수원시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는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정부 기관을 통틀어 가장 많은 44만9671명의 친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수단도 활용했다.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상당한 '팔로워(따르는 사람)'를 보유한 염태영 수원시장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지금 무수히 많은 도내 지자체장 'SNS 안내'의 첫 시작이었다.

'코로나19 수원시 대응 1보'로 출발한 글은 66보(지난 13일 기준)까지 이르렀다.

이 밖에 홍보전단 16만매, 포스터 8000매의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했다.

시는 앞서 국내에 확진자 발생으로 분위기가 고조된 시점, ▲대책본부격상 ▲선별진료소 즉시 지정 등 다음 절차를 발동시킨 바 있다.

방역당국의 컨트롤이 없어도 이미 시가 다 마련했다.

동시에 '만약 확진환자가 우리 지역에 발생하면?'이라는 가정하에 대응요령도 수립했다.

이후 실제 지역에 확진환자가 발생하자, ▲방역소독 확대 ▲구호물품 지원 ▲동선공개 및 주민 소통강화 등이 자동으로 실행됐다.

 

 

# "재난에 '과유불급'은 없다"… 주민도 놀란 수원

이처럼 시가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건 '경각심'을 잃지 않아서다.

시는 2015년 정보공개의 부재 등으로 국민 불안이 컸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RES)' 사태 뒤 모든 재난에 '과잉대응'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8월 18일 오후. 수원시 A아파트 15동 벽면에 있는 정화도 배기턱트(7~15층 구간)에 '탈착 현상'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수원소방서에 접수됐다.

곧 내용을 전파받은 수원시 재난상황실은 관계자를 현장에 급파해 우선 입주민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통행을 통제했다.

상황판단회의를 거친 이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현장 2층에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를 꾸렸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은 붕괴까지 우려했다.

다음날 시의 의뢰로 전문가의 안전진단이 진행됐다.

다행히 붕괴위험까지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최종 판단이 나왔다.

시는 주민 곁을 지켰다.

염태영 시장과 공직자들은 하루에 몇 번이고 회의하고, 대응상황과 계획을 공개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기록하는 일지는 읽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해졌다.

한편에서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자, 염 시장은 이처럼 말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과잉 대응해서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해 사고가 발생하면 큰 문제가 된다."

 

 

# '경험'으로 '예방'까지

아파트 배기덕트 사고 수습이 다 끝난 후에도 시는 분주했다.

대응 과정, 아쉬운 점, 풀어야 할 과제 등을 기록하기 위한 작업 때문이었다.

이른바 '재난 백서'다.

수원시는 재난 상황을 겪은 경험이 소중하다고 여긴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나 또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오류 범위를 줄이자는 생각에서다.

실제 아파트 배기덕트 사고 관련 백서를 통해 ▲매뉴얼 체계화 ▲재발 방지를 위한 PC아파트 안전점검 ▲재난관리기금 조례정비 등 숙제를 남기고 이행했다.

앞서 메르스 사태에서도 비슷한 형식으로 백서를 만든 바 있다.

두 권의 백서는 현재 코로나19 대응 중인 공직자들이 필수적으로 독서하는 '재난사고 대응 매뉴얼'로 활용됐다.
 

 

# 정부보다 빠른 지방정부의 '선견지명'

수원시는 이례적으로 지방정부 차원에서 국가적인 제도 개선점도 도출해냈다.

대표적인 게 최근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불거진 '역학조사관 필요성'이다.

정부가 각 시도에 2명 이상씩 두도록 개선했으나, 시·군·구는 빠졌다.

결국 이번 코로나19에서 다시 이 문제가 도마 위로 올라 뒤늦게 수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시는 코로나19와 관련, ▲확진환자 무증상 기간 동선 공개 ▲관광숙박업체 피해 등 지역경제 지원 ▲사전역학 조사권한 부여 ▲중국 유학생 격리 대책 등 해결해야 할 숙제를 만들어 정부의 건의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시의 행정은 시민 안전이 걸리면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며 "특히 재난마다 주민들의 불안이 심각한데, 이 부분은 소통강화 등으로 해소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