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천을 읽다] 실존하는 기쁨 ?
[시, 인천을 읽다] 실존하는 기쁨 ?
  • 인천일보
  • 승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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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그는 자꾸 내 연인처럼 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와 팔짱을 끼고 머리를 맞대고

가만히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는 사람을 보았지만 못 본 체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지만 확신은 없다

아파트 단지의 밤

가정의 빛들이 켜지고 그것이 물가에 비치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검게 타들어가는데

이제 시간이 늦었다고 그가 말한다
그는 자꾸 내 연인 같다 다음에 꼭 또 보자고 한다

나는 말없이 그냥 앉아 있었고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담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정말 있었던 일인가. "가만히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말없이 그냥 앉아 있는 것뿐. 돌아보면 그것이 그런 것 같았지만 "확신은 없다." 삶은 어두운 물처럼 출렁이고 손을 담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담그지 않을 수도 있는지 그것마저 확신이 없다. 아파트 단지 불빛들이 켜지고 어둠이 밀려오면 그저 말없이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어두운 물이 출렁이고 있지만 확신이 없는 이 불확실한 모호함을 '실존하는 기쁨'이라 부른다. 확실하지 않은 것들의 연속. 불완전의 반복. 그저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 이미 어두운 삶에 손을 담근 것이다. 그것이 '실존'이며 '기쁨'인 것인가.

/권경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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