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에서] 영화 '기생충'의 쾌거를 보며
[항동에서] 영화 '기생충'의 쾌거를 보며
  • 인천일보
  • 승인 2020.02.12 20:08
  • 수정 2020.02.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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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이 되었다. 그것도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는 다른 언어로 만들어진 작품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감독상을 받고 올라온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 장면은 평생 영어나 외국문화 울렁증에 시달려 온 전후세대들이라면 정말이지 놀라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한국말을 사용하면서도 시종일관 여유와 재치, 그리고 다른 감독들을 치켜세우는 마음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공연히 긴장하고 그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던 필자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러고 보니 UN에서 연설을 했던 방탄소년단이나 LPGA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프로골퍼, 그리고 손흥민 선수 등 정말 많은 스포츠 스타나 한류 스타, 또 수많은 엔지니어나 기업가 등이 지구촌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듯하다. 그들은 분명 부모세대가 갖지 못한 당당함이 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그리 당당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부모세대가 그토록 갈망하며 이루고자 했던 사회적 자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전후세대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잘 먹고 잘 살기만을 바라며 살아왔다. 부모, 형제, 자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자식세대는 적어도 생존에 대한 치열함은 그들보다 덜하다. 왜냐하면 바로 부모세대가 이룬 사회적 자본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은 보다 윤택한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세대들은 더 나아가 윤택함보다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이 역시 축적된 사회적 자본 덕분이다. 이렇게 자아실현 욕구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라이프5.0'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이프5.0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세대처럼 생존을 위해서 또는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려 한다면 기계노예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사회적 자본을 충분히 활용해 라이프5.0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유토피아가 펼쳐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힘든 미래가 다가온다는 의미다.

역사는 늘 그렇게 변해 왔다. 따라서 인간의 개체 수는 감소될 수밖에 없으며 저 출산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사회적 자본을 활용해 보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확산하는 것이다. 더 많은 국민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어떻게 라이프5.0의 삶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자아실현이 가능하도록 할 것인지에 모든 정책방향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이제 제2, 제3의 봉준호가 각 분야에서 쏟아질 수 있도록 라이프5.0을 뒷받침하는 교육, 경제시스템, 주거환경 등에 대한 파괴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라이프5.0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자본 축적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우리 정치권은 아직 라이프5.0을 이해하지 못하는 과거의 인물들만 득실득실하다.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살아온 세대가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적 자본 축적에 과연 어떤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필자처럼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을 듣기 위해 애써 긴장하고 주눅들지 않아도 되는 세대들이 앞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정치도 세계적일 수 있다.

부모 세대가 이룬 사회적 자본의 혜택을 받고 자란 세대들이 그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자본 축적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 세대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 아니겠는가. 안타깝게도 토양이 되어야 할 세대가 꽃을 피우려는 과욕이 넘쳐난다. 죽어서 거름이 되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으면 수많은 봉준호, 방탄소년단이 탄생할 수 없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하진 Siti Plan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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