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편의 봐준 시중은행 간부도
공항 면세점 직원들과 짜고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반출한 일당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외화 환전 과정에서 금품을 받고 편의를 제공한 시중은행 간부도 덜미를 잡혔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양건수)는 28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10개 조직을 적발해 A(23)씨 등 총책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B(34)씨 등 공범 48명을 불구속 기소하거나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도주한 공범 2명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
이들 조직은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1733억원 상당의 외화를 일본이나 중국 등 6개 국가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외 가상화폐 구매 자금과 카지노 환치기 자금, 금괴 구입비 등을 세관에 '여행 경비'로 허위 신고한 뒤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내국인이 외화를 해외로 반출하려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국은행장 등에게 사전에 신고하고 관련 증빙서류를 내야 하지만, 여행 경비 목적으로 사용할 외화는 상한액에 제한이 없고 증빙서류가 필요 없다는 점을 노렸다.
특히 한 조직은 인천국제공항 보안 구역을 별도의 '상주 직원 게이트'를 통해 출입할 수 있는 면세점 직원 4명을 이용해 264억원 상당의 외화를 밀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면세점 직원들은 실리콘을 주입해 특수 제작한 복대에 외화를 담아 몸에 두른 뒤 보안 구역으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통과하고서 운반책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한 번에 1억~2억원씩 하루 최대 5억원을 운반해주고 수고비로 10만~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보안검색 과정에서 촉수 검사를 하더라도 실리콘 촉감 때문에 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엔 시중은행 간부도 연루됐다. 시중은행 부지점장 C(56)씨는 또 다른 조직으로부터 한 차례당 70만~100만원을 지급받고 환율 우대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를 받고 있다. 206억원 상당의 외화 환전에 도움을 줬다.
윤철민 전문공보관은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여행경비 신고액수(1억원 이상)가 2017년 209억원에서 2018년 2035억원으로 급증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수사 결과를 세관에 통보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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