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옥정동 '김은옥 여사' 눈길
34살에 6·25 참전한 국가유공자
지나온 세월 정리…'장수'의 비결'
▲ 104세가 된 국가유공자 김은옥 여사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양주시


"소리 없이 구슬프게 비가 내린다. 한 많은 사람 가슴 울리는 비∼."

양주시 옥정동에 사는 김은옥(104) 여사의 일기장에 적힌 글이다.

100세를 훌쩍 넘긴 김 여사는 틈만 나면 자기 생각을 노트에 꼬박꼬박 적는다.

노트엔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등 자신의 삶을 정리해놨다. 한 구절 한 구절 읽다 보면 어느새 글에 푹 빠져든다.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김 여사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다.

그는 역동의 세월을 보낸 국가유공자다.

1916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김 여사는 34살이 되던 해 6·25전쟁을 겪었다.

하지만 피난보다는 전쟁터를 선택했고, 국가를 위해 온몸을 바쳤다. 정부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그를 6·25 참전유공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김 여사의 가슴 한쪽에는 아직도 전쟁의 고통과 슬픔이 남아있다.

어쩌면 이런 슬픔을 잊으려고 펜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기억을 되살리고 몸을 움직여 마음을 담아 쓴 일기는 장수비결이기도 하다.

김 여사는 "나이가 들어 활동량이 줄었다. 육체는 늙었지만, 마음만은 청춘"이라며 "글을 쓰지 않으면 몸과 마음을 잃을까 봐 생각날 때마다 한 글자씩 적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양주시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다. 너무 감사하다"라며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주변 산책 등으로 건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양주시는 국가유공자의 명예 선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덕정동 일원에 보훈회관을 건립했다. 국가유공자에겐 보훈 명예 수당, 호국보훈의 달 위로금, 사망위로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21일엔 조학수 양주 부시장이 김은옥 여사의 집을 방문해 국가를 위한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양주=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