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

4·15 총선을 앞두고 실현 가능성이 불분명한 '철도' 공약이 또다시 쏟아지고 있다.

전철역 신설이나 노선 신설 등은 부동산 가격 인상과 함께 유권자들의 표로 직결되기 때문에 예비후보마다 철도 공약에 목을 매고 있다.

하지만 철도건설은 건설 기간과 재원 문제 때문에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에 국회의원 임기 중 실현 가능성은 낮아 자칫 유권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지역정치권에 따르면 부동산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GTX 노선을 놓고 지자체의 유치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21대 총선 출마 후보자들도 나서 휘발유를 붓는 상황이다.

이미 양주 덕정과 수원을 잇는 GTX-C노선은 인덕원역 신설을 두고 과천시와 안양시, 군포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화성·평택 정치권은 이 노선의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 수도권 서북권 지역의 광역교통망 확충 전략으로 GTX-D노선을 신규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해당 지자체는 물론, 총선 출마자들까지 나서 자신의 지역으로 노선을 조기 확정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철도 관련 사업은 사업계획 수립·예비타당성 조사·기본계획수립 및 고시 등 9단계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상당한 건설 기간과 천문학적인 재원이 수반되는 사업이기에 정치권의 입김으로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대 총선에 나선 일부 예비후보자들은 구체적인 진행단계나 향후 일정에 대한 설명도 없이 막연한 '전철역 신설'과 '전철노선 연장' 등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남병근(민주당·동두천시연천군) 예비후보자는 이미 노선이 확정된 GTX-C 노선을 동두천역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남 예비후보 측은 동두천시의 혁신도시를 목표로 교통 편리를 위한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자금조달 등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덕정역에서 동두천역까지가 불과 세 정거장이라 어렵지 않은 사업이라 생각한다"면서 "다만 아직 원외에 있다 보니 결정권이 없기에 양주시의 한 의원에게 말씀만 드린 상태"라고 말했다.

유성근(한국당·하남시) 예비후보 역시 GTX 노선을 하남시와 연결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김포에서 하남으로 가는 노선을 계속 연구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지금은 큰 그림에서 옳다는 가치판단을 내린 정도일 뿐이지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GTX 뿐 아니다. 철도 ·전철 연장 등은 이번 선거에서도 예비후보자들의 단골 공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근재(민주당·의정부을) 예비후보는 경기순환철도 구축과 전철 8호선 연장 등을 발표했다. 그는 "해당 지역이 그린벨트 지역이라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지는 않아 경제적 타당성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창성(한국당·수원갑) 예비후보 역시 신수원선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는 "예비후보자로서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알 수 있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관련 기관들과 협의가 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을 현혹할 뿐 실체가 없는 철도 공약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가좌마을역 및 덕이역 설치', '철산환승역-우체국사거리역-소하역-노온사역 설치', '7호선 및 8호선 등 의정부로 연장' 등이 공약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진정성이 떨어지는 철도 공약은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사실상 추진이 불가한데도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공약만 밀고 나가면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역시 "엄격한 편에 속하는 철도 사업은 최소한 사전타당성을 거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나 이를 지킨 공약을 찾아보긴 힘들다"며 "특히 요즘 GTX의 경우엔 대부분이 후보자들의 구상이기에 희망 고문에 불과하다. 공약으로 발표를 하려면 현재 진행단계와 향후 일정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