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유도 무언의 압박 카드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심사에서 하위 20%에 속하는 현역 의원을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경기지역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대상자를 비공개로 하기가 어렵다는 현실론이 있지만 하위 평가 대상자들은 공개를 불출마 유도를 위한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거나 심할 경우 모욕으로 느껴 탈당 등 갈등으로 번질 우려때문이다.
16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경기지역 민주당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하위 20% 의원 공개 소문이 나돌면서 해당 후보들은 소문의 출처를 찾는 등 초 관심사다.

하위 20% 해당자들의 상당수가 중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중진급이 많은 안양지역을 필두로, 수원 등의 국회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조재훈(민주당·오산2)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이 같은당 4선 의원인 안민석 국회의원(오산)을 상대로 불출마를 요구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오산의 미래를 걱정한다. 경쟁 없이 수월하게 4선까지 하고 있는 안민석 국회의원에게 보다 큰 정치를 할 것을 제안한다"며 "만에 하나라도 국회의원 평가 하위 20%에 들 경우는 당의 뜻에 따라 국민의 명령에 따라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불출마하는 것이 맞다"고 일침했다.
이어 중앙당에도 "하위 20%에 든 국회의원에게 지원자가 없다고 단수공천을 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때문에 안 의원이 하위 20%에 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은 그동안 '하위 20%' 명단은 봉인된 채 당 대표에게 전달된 뒤, 해당 의원에게 개별 통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총선기획단 안팎에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바로 이의신청(당규 74조 1항) 조항때문으로, '발표'하는 이상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조항에는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에 따라 평가대상이 된 선출직공직자는 발표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이의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규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지역 정치권은 '하위 20%'가 결정되면 해당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 등 자연스러운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과 하위 명단이 공개되면 격한 반발에 따른 '공천 내홍'을 우려하는 시각이 공존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면 해당 의원들은 망신주기와 찍어내기로 판단해 반발이 클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명단 공개는 어렵고, 해당 의원 중 일부는 불출마 선언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날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하위 20% 명단 공개에 대해 "공개여부와 시점 등은 논의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최남춘·김중래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