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6개 광역시의 행정구역은 총 44개 구(區), 683개 동(洞)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중복된 구(區) 명칭은 24개(54.6%)이고, 중복된 동(洞) 명칭은 291개(42.6%)에 이른다.

중복된 구 명칭의 대부분은 방위명칭으로 '중구(中區)'를 사용한 시는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이며, '동구(東區)'는 6개 광역시 모두가 사용하고 있으며, '서구(西區)'를 사용한 시는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이다. 그리고 '남구(南區)'를 사용한 시는 '부산, 대구, 광주, 울산'이며, '북구(北區)'를 사용한 시는 '부산, 대구, 광주, 울산'이다. '중구, 동구, 서구, 남구, 북구' 5개 방위명칭을 모두 사용한 곳은 '부산시'와 '대구시'이다. 울산시는 4개 구(중구, 남구, 동구, 북구)로 이뤄졌는데 모두 방위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광주시(80%), 대구시(71.4%), 대전시(60%) 순이다. 부산시(33.3%)와 인천시(37.5%)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중복된 동(洞) 명칭은 '고유명+숫자' 형으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시(53%)이며, 다음으로 부산시(50.8%), 대구시(48.5%) 순이다. 대전시(20.3%), 울산시(27.3%), 광주시(28.4%)는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부산시 연제구는 12개 동(거제1동, 거제2동, 거제3동, 거제4동, 연산1동, 연산2동, 연산3동, 연산4동, 연산5동, 연산6동, 연산8동, 연산9동) 중 고유의 동 명칭은 '거제동'과 '연산동' 2개이다. 대구시 남구의 13개 동 중 대명동은 대명1동에서 대명11동까지 있으며, 서구는 비산1동에서 비산7동까지, 평리1동에서 평리6동까지 사용하고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는 21개 동(숭의1·3동, 숭의2동, 숭의4동, 용현1·4동, 용현2동, 용현3동, 용현5동, 학익1동, 학익2동, 도화1동, 도화2·3동, 주안1동, 주안2동, 주안3동, 주안4동, 주안5동, 주안6동, 주안7동, 주안8동, 문학동, 관교동) 중 14개 동(66.7%)이 동일한 명칭을 사용했다. 고유명을 사용한 동명은 7개(숭의동, 용현동, 학익동, 도화동, 주안동, 문학동, 관교동)이다. 이외에 부평구(63.6%), 남동구(60%) 등이 비교적 동일한 동 명칭을 많이 사용했다.

반면에 중구는 12개 동(연안동, 신포동, 신흥동, 도원동, 율목동, 동인천동, 북성동, 송월동, 영종동, 영종1동, 용유동, 운서동) 중 동일한 동명을 사용한 경우는 '영종동' 1개(8.3%)뿐이고, 나머지 11개 동은 각기 다른 고유명의 명칭을 사용했다.

방위명칭은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지역의 고유성이나 역사적 전통성을 담은 이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인천시의 경우 '인천만의 가치 재창조' 차원에서 행정구역 명칭을 역사·문화적 근거를 지닌 명칭으로 바꾸는 운동을 펼쳐 2018년 7월1일 '남구'를 '미추홀구'로 개정했다.

이에 2000여년 전에 '미추홀성((彌鄒忽城)'이라 명칭한 지역의 고유성을 반영해 전통성을 회복하였으며 방위개념의 명칭으로 인한 지리적 불일치를 해소했다. 그리고 이는 행정 자치구 및 인천시 브랜드 가치 상승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2018년 7월1일 인천시 서구 '검단1동→검단동'으로, '검단2동→불로대곡동'으로, '검단3동→원당동'으로, '검단4동→당하동'으로, '검단5동→오류왕길동'으로 개정해 역사성과 고유의 특성을 되살렸다.
행정구역 명칭은 타 지명과 구별되는 독특한 '장소 마케팅'으로 고유의 브랜드 사용이 필요하다. 지명의 브랜드화는 삶의 가치는 물론 경제적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획일적으로 사용된 구(區) 방위명칭과 중복된 동(洞) 명칭은 지역민의 소속감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는 명칭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21세기는 자치구 자체 고유 브랜드화로 경쟁력 제고의 시대이다. 이에 지역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고유 기능을 회복하도록 광역시를 중심으로 명칭 개정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박덕유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인하대 국어문화원장이며, 인천시 문화재간판위원회 위원이다. 인하대 사범대학장, 한국국어교육학회장, 문광부 국어심의회 위원, 국립국어원 국어규범정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덕유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