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 해맞이 어려웠지만 서울 명소 인산인해…'건강·취업·진학' 기원

"해가 뜨긴 뜰까?" "다 뜬 건가?" 

2020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의 일출 예상 시간은 7시 47분이었지만 7시 50분이지나도 새해 첫 해돋이는 볼 수 없었다

하늘을 바라보던 시민들은 붉은 해를 품었을 구름과 하늘만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을 수밖에 없었어도 모두 저마다 힘찬 출발을 다짐하며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이날 서울 시내 주요 해돋이 명소들은 추운 날씨에도 발디딜 틈없이 인산인해를이뤘다. 

서울 남산의 남산공원 팔각광장은 해가 뜨기 한참 전부터 가족, 연인, 친구들과함께 혹은 혼자서 버스,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온 시민들로 붐볐다. 

직장인 김경민(30)씨는 "날이 흐려 해를 볼 수 없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2020년을 힘차게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나왔다"며 "추운 날씨를 이겨낸 오늘처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넘어설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전 5시께 출발했다는 홍연기(27)씨는 "작년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동기부여를 위해 걸어 올라왔다"며 "새해 해돋이를 보러 나온 것은 처음인데 올해 시험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여자친구와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에 오른 신희재(29)씨는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살이 된 걸 기념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올라왔다"며 "조금 더 어른스러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6.5도. 초속 4.5m(시속 16㎞)의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8.5도까지 떨어졌다. 때로 눈발까지 날렸다.

시민들은 롱패딩, 장갑, 목도리, 마스크로 단단히 차려입고 혹시나 구름 속으로붉은 해를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모두 동쪽 하늘을 쳐다봤다.

또 다른 일출 명소인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도 해맞이 인파가 몰렸다. 마포구청은 이날 인파가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출 시간이 다가오면서 구청 행사담당자가 시민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쳤지만 아쉽게도 해는 보이지 않았다. 

일출 예상 시간보다 두 시간 먼저 하늘공원에 도착한 주부 박분옥(56)씨는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다"며 "올해 남편이 건강을 회복하기를, 또 딸은 시집을 가기를빌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교 동창들과 하늘공원을 찾았다는 정세훈(20)씨는 "올해 수능 결과가 좋지 않아 재수를 선택했는데,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를 나온 군인 남자친구와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왔다는 임예린(20)씨는 "2019년보다 하는 일이 좀 더 잘 풀리고,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씨의 남자친구는 "지금 병장인데, 함께 복무하고 있는 전우들 모두 건강하게 전역하길빌겠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남편과 함께 온 주부 정은희(51)씨는 "해가 떠오를 때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면서 새해에는 국회의원들이 정신 차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세를 갖게 해달라고 빌겠다"며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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