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핵심사료 '이아 터'
보존·복원 타당성 따져
문화재구역 지정하기로
▲ 2015년 수원시 화성사업소가 신풍동 일대서 발굴한 '이아(貳衙)' 터. /사진제공=수원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완전체'가 탄생할까. 수원시가 올해 수원화성의 미제(未濟)로 남았던 '이아(貳衙)'를 보존·복원하기 위해 문화재구역 지정 등에 나선다.

3년 전 시도했다가 성공 못한 일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이아는 수원화성 역사의 핵심 사료로 꼽히면서, 사실상 '완전 복원의 열쇠'로도 평가받았다.

15일 수원시에 따르면 화성사업소는 최근 신풍동 일대 약 2만725㎡ 면적으로 추정되는 이아 터에 대한 문화재구역 지정 등 보존·복원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아는 화성유수부의 제2청사이자 실제 수원의 정치·행정을 관할했다. 화성유수를 보좌한 수원판관이 주재했던 관청이다. 오늘로 치면 경기도청·수원시청 격이다.
정조의 명으로 1793년 건립돼 화성유수부를 호령했다. 서민들의 민원 가운데 작은 것은 이아에서 처리하고 큰 것은 유수부에서 처리하는 체계로 알려졌다.

1917년 지형도를 보면, 수비대의무실로 사용되던 시기까지 이아 건물은 그대로 있었다. 이후 1920년 경성지방법원 신축, 1957년 서울법원을 신축을 거치며 완전히 사라졌다.
1980년 이아 부지에는 교회가 들어섰고 일부는 주택 빌라, 상가, 도로 등으로 변했다. 결국 이아는 '화성전도' 등 옛 문헌에서만 확인될 뿐,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2015년 5월, 화성사업소가 교회 주차장에서 실시한 기초발굴조사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아 건물의 기초로 보이는 원형의 독립 입사기초 4기가 발견된 것.

입사기초란 생땅이 나올 때까지 기초 웅덩이를 파고 물을 부어가면서 모래를 층층이 다져 올리는 방법이다. 수원화성의 경우 장안문, 화성행궁 등 여러 시설물에 도입됐다.

이에 2016년 시는 "수원화성의 완전성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자축하며 경기도와 문화재청에 문화재구역 지정 신청을 넣는 등 보존·복원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도문화재위원회 통과 뒤, 문화재청이 입사기초 4기로는 역사적인 장소가 맞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보완의견'을 회신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시는 난감했다. 이아 터 추정 면적 안에는 토지 63필지, 건축물 48개 등 민간소유가 상당해 추가적인 발굴 작업이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시는 3년이 흐른 현재 '이아가 있었던 곳이 맞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자료를 다시 수집하는 중이다. 고증을 거친 증거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르면 12월 도와 협의해 문화재구역 지정, 보존 등의 타당성을 재차 짚어볼 예정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문화재청으로 안건을 송부한다.

수원화성 이아가 복원될 시, 그 자체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유산인 남한산성에도 이아가 존재했으나, 아직 정확한 터도 못 찾은 상태다.

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수원화성을 성곽으로 이해하는데, 사실 조선시대 새로운 도시이고 도시를 다루는 관청으로 이아가 있었다"며 "이미 문헌과 지적도를 통해 위치가 확인된 곳이다. 근거를 충분히 마련하면 문화재구역 지정 등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1970년대부터 이어진 수원시 수원화성 복원은 정확성과 진정성을 갖춘 사례로 불리고 있다. 화성행궁, 동북포루 등이 완성됐으며 2021년까지 목표로 2단계(우화관, 별주 등)가 추진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