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역풍' 불까 우려
표준시장단가·어린이집 회계
수원 군공항·수도권매립지 등
찬반 엇갈리는 사안 논의 미뤄

 

경기도내 정치권이 추진 결과에 따라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들의 의사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내년 총선을 염두로 둔 것으로, 찬반이 극명히 갈리는 정책을 결정하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도내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관련 조례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2014년과 2018년 도의회에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안'이 발의됐으나 내부 이견과 도 반대 등으로 논란을 빚다 각각 8·9대 도의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

당시 조례안은 명예 회복과 복지 향상을 위한 임대보증금 지불 및 임대주택 우선 공급, 생활안정지원금·의료비·장례비, 명예훼손·손해배상 등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했지만 무산되면서 현재 기지촌 여성들은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의회는 '경기도 성매매 피해여성 및 지역 지원에 대한 정책 수립연구'를 토대로 해당 지역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워 또다시 늦춰지는 모양새다.

이때문에 조례안 제정을 요구하는 도내 여성단체들은 내년 총선을 앞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올해 조례안 제정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해를 넘길 수 밖에 없는 탓이다.

도내 여성단체 관계자는 "이 조례안은 여성 인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데도 주한 미군의 문제로 넘어간다. 결국 내년 총선의 표를 의식해 관련 논의를 총선 이후로 넘기려는 의도로 밖에 안보인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가 100억원 미만 관급공사에 대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 건설비를 줄이겠다는 기존 입장을 내놨지만 지지부진하다. 도는 관련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 지난 10월 열린 도·도의회 정책협의회에서 도는 표준시장단가 적용 방안을 안건으로 제안했지만 도의회는 건설경기 위축으로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함께 건설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도내 정치권 관계자는 "건설산업은 다양한 계층이 연계돼 있어 건설업계에 불리한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어린이집 회계관리시스템 민간 확대도 마찬가지다. 장기 추진과제인 점을 감안해도 더디다.

도와 도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 4월 '공정한 보육정책 실현을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하며 도내 민간·가정어린이집들도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이 도입해 사용 중인 '경기도 어린이집 회계관리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협약 이후 지난달 기준 약 민간(3800여곳)·가정어린이집( 6600여곳) 도입은 12% 수준에 머물렀다.

중앙정부가 해법을 내놔야 할 지역 현안도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4대강 보 처리 문제가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수원시와 화성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비롯해 광역지자체와 환경부간 책임 떠넘기기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결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도내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도내에서 찬반이 극심한 주제들을 보면 내년 총선 전까지 거론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들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자꾸만 주요 정책의 의사 결정이 미뤄지면 결국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