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진전기 인천공장(폐공장)의 내부 모습.


보름 전, 한번은 살펴보고 싶었던 일진전기 인천공장 안에 들어갔다. 5년 전 문을 닫은 이 공장은 1938년 화수동의 매립지에 세운 시바우라(芝浦)제작소에서 출발했다.

가끔 담 너머 기웃거렸던 공장 안을 직접 들어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웅장했다. 약 7만3000㎡(2만2000평) 부지에 11개의 건물이 있다. 4개의 건물이 하나로 이어지기도 했고 높이가 각각 다른 공장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다.

덕지덕지 낀 이끼와 휘감은 담쟁이넝쿨, 그리고 검붉게 녹이 슨 건물들은 그 자체가 '장인(匠人)'이며 '역사'였다. 내부도 '예술'이다. 철근 구조의 높은 천장에 커다란 채광창이 줄지어 뚫려 있다. 옛날에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공장 안을 환하게 비출 수가 없었다.
낮에는 햇빛을 이용하여 작업장을 밝혀야 했다. 이러한 창문 배열의 모습을 요즘의 공장에서는 볼 수 없다.
한 유명 패션 회사가 이 공간의 독창성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10월 삼성물산의 '빈폴'은 이곳에서 브랜드 리뉴얼 이벤트를 열었다.

행사를 기획한 담당자는 "인천은 1970~80년대 한국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곳으로 이 공간에 흐르는 역사와 감성이 빈폴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미래와 매칭된다"라고 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동구 화수동 일원을 '공업지역 활성화 시범지구'로 선정했다. 일진전기 인천공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R&D센터, 창업지원센터, 근로자지원주택 등을 비롯해 문화 여가 공간, 공공복지시설, 교육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인천 동구청 개청 이래 가장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삼성이 눈여겨보았던 '공간의 역사와 감성 그리고 미래와의 매칭'의 행간을 곱씹어보고 지역 활성화 청사진을 제대로 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