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의무 저버린데다
정부·지자체도 무관심
가정이나 어린이집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폭력으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아동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어른들이 신고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데다 이를 감시해야 하는 중앙부처와 지자체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사회복지 전담 공무원과 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 종사자, 119구급대원, 의료인 등 아동과 자주 접촉하는 직군들이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발견할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에 즉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 특성상 어린 아이들이 학대 피해를 직접 신고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특히 학대 가해자가 친부모나 양육자인 경우 더욱 드러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아동학대의 실태와 학대피해아동 보호법제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아동학대 관련 수사·재판 기록을 분석한 결과 신고를 통해 피의자가 검거된 전체 사건 533건 중 신고의무자가 신고한 사건은 '30.2%'에 그쳤다. 오히려 신고 의무가 없는 사람이 신고한 사건이 '66.4%'로 배 이상 높았다.

정부와 지자체들의 무관심으로 아동학대 신고의무제가 헛돌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신고하지 않을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천에선 아동학대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도·점검해야 하는 법무부는 지자체별 과태료 부과 통계 등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인천에서 경찰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398건으로, 연평균 1132건에 이른다.

여기에 신고의무제도의 벌칙 조항은 법무부가 맡으면서 신고의무자 교육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것도 아동학대 예방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을 갖추고도 여러 중앙부처가 관련 업무를 나눠 맡고 있어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