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청소년수련관서 숙식 제공받아
교사도 안심
▲12일 오전 10시 인천시 청소년수련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도서지역 수능생들. /사진=이아진 기자
▲12일 오전 10시 인천시 청소년수련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도서지역 수능생들. /사진=이아진 기자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2일 오전 10시 인천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옹진군 섬 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마무리 시험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공부에 몰두한 김준택(19) 백령고 학생은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을 관찰하는 활동을 하면서 해양생물학자가 되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바로 옆에서 수시 면접 준비를 하고 있는 고성현(19) 연평고 학생은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깊이 알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음악교사로 진로를 정했다.

해마다 섬 지역 학생들은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해 뭍으로 나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섬에는 시험장이 설치되지 않아서다. 혹여 기상이 악화되면 여객선 운항이 중단될 수 있어 매년 수능을 4~5일 앞두고 육지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까진 섬 지역 아이들이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친척 집이나 숙박업소에서 며칠을 묵어야 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인천시교육청과 옹진군이 도서지역 수험생 73명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면서 수험생들은 숙식 제공과 교통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전에 숙식 여부를 물어 희망자를 선출한 결과 백령도 21명, 연평도 12명, 영흥면 2명의 학생이 청소년수련관에서 머물기로 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친척 집 등에서 지내고 있다.

수련관 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3~4명의 학생이 넓은 8인실을 사용하게 돼 따뜻하고 쾌적하다는 평이 나온다. 수험생을 위한 음식도 제공되고 있다.

오예원(19) 백령고 학생은 "수능날 이동 수단과 거주지에 대한 섬 지역 학생들의 걱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100점 만점에 98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이 쾌적하고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과 함께 육지로 나온 지도교사들도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게 됐다.

노혜미 백령고 교사는 "작년까지는 학생들이 머무는 곳이 제각기 다르다 보니 아이들의 상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그런 불편함 없이 아이들 인솔이 편해졌을 뿐더러 옆에서 계속 보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