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피해자 인권보다 '가정유지'가 중요하다는 법
폭력 피해자 인권보다 '가정유지'가 중요하다는 법
  • 이경훈
  • 승인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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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처벌 대신 사회봉사
피해자 안 원하면 돌려보내
협박·회유 등 2차피해 발생
'접근금지명령'도 벌금 가능
도 재발우려 가정 '4925곳'

경기도내에서 5년간 발생한 가정폭력이 38만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7만건 이상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가정폭력 범죄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 기간 구속된 가해자는 범죄 대비 0.18% 수준이어서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개선과 함께 처벌규정 등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7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도내에서 5년간(2014~2018년) 발생한 가정폭력은 38만4548건이다. 2014년 7만3522건, 2015년 7만1134건, 2016년 8만430건, 2017년 8만3409건, 2018년 7만6053건 등으로 지난해에만 다소 감소했다.

이들 범죄로 구속된 가해자는 685명에 불과해 아동과 여성 피해자 최소 38만4548명 대비 0.18%였다.
가정폭력은 형사법상 '가정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적용을 받는데, 피해자 인권보다는 '가정의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는 형사 처분 대신 사회봉사 등 가벼운 처분이 내려지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피해자가 가정 파괴와 함께 보복을 두려워하는 등의 이유로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정폭력은 현행에서는 피해자의 처벌 요구가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접근금지 처분'밖에 없다.

이마저도 가해자가 무시하면 그만이다. 현행 최고 500만원 과태료 처분만 받으면 돼 실효성이 낮다. 그렇다보니 최근 3년(2016~2018)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접근금지 명령 처분이 내려진 건수는 1만9674건이고, 이 명령 위반은 1188건에 달했다.

가정폭력이 재발하는 가정 역시 속출하고 있다. 도내 가정폭력이 재발할 우려가 있는 가정은 4925곳이다. 이 중 2155곳은 A등급이다. A등급은 가해자가 3년간 3회 이상 가정폭력으로 입건되는 등 심각성이 높은 곳이다.

보호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행히 올 7월 가정폭력범죄의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송희경 의원(국회 여성가족위원회·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은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 피해자와 자녀를 지원하는 일명 '가정폭력 OUT 3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가정폭력법은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갖고 있어, 가해자의 협박과 회유 등에 따른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을 목격했거나 간접 경험한 아동의 경우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7년 낸 '가정폭력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피해자 278명 중 37.4%가 생활 등의 이유로 결혼생활을 지속한다고 답했다.

1366 여성긴급전화 관계자는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가정을 떠나야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가 고통을 떠안고 있다"며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생활권을 떠나 새롭게 출발하기는 힘들다. 가해자 구속 등 처벌기준을 높여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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