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하겠다" 7558시간 비행
▲ 이세형 경기도재난안전본부 특수대응단 항공 1팀장이 용인 남사면 도 소방학교 헬기장에 계류중인 KA-32 산불 진압용 헬기와 함께 했던 시간을 설명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1991년 소방헬기 인연 … 31일 퇴직
동료 이국종 "현장 함께 누볐는데…"



"헬기를 타고 경기도는 물론 전국에서 구조 활동을 했다. 시간과 장소가 어떠하든, 폭설과 폭풍우가 몰아치든 '사람을 구하겠다'는 의지를 반평생 오롯이 지켜왔다."

이세형(59·소방령) 경기도재난안전본부 특수대응단 항공 1팀장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경기소방헬기 시작인 1991년부터 몸담은 이 팀장은 비행 7558시간의 역대 기록을 보유한 인물이다.

'사람 생명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동료'이기도 한 이 팀장. 그가 오는 31일을 마지막으로 자신 몸 같던 헬기에서 내려온다.

"사람을 구하는 일은 나에게 행복이었습니다." 이 팀장은 24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나지막이 소회를 전했다. 이 팀장은 퇴임까지 1년 더 남았지만, 후배양성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그는 "후배들에게 짐이 될까봐, 아쉽지만 떠날 때는 떠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자신이 해온 일을 곰곰이 생각하던 이 팀장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사람을 구하고, 좋아하는 비행을 하고, 국가에서 봉급 받은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며 "구조한 당사자 또는 가족이 감사를 전할 때, 인생에 없던 벅참을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갓 입학 중학생이었던 이 팀장에게 '파일럿'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어느 날 소형헬기가 학교 운동장에 내린 것을 봤다"며 "날리는 흙먼지 사이로 조종사가 내렸는데, 우주인 같이 신기하기도 하고 멋있었다. 이후 나는 비행을 동경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고집이 강했다. 구할 사람이 있다면 최악의 날씨여도, 비행이 어려운 장소도 위험을 무릅쓰고 날아갔다. '이미 늦은 상황'은 없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이 팀장은 "헬기 구조를 요청할 때가 가장 절실한 시점인데, 국내는 소방헬기 비행에 관한 규제로 차질이 생기곤 한다"며 "기장 판단 하에 헬기를 여러 방법으로 운용해야지, 매뉴얼 적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너무 고집을 부려 팀원이 걱정도 하지만, 어쩔 수 없었고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음이 같았을까. 이 팀장은 이국종 센터장과의 신의가 남달랐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전설적인 파일럿' '꼭 필요한 의사'라고 표현한다.

이국종 센터장은 인터뷰에서 "소방헬기는 악천후에 잘 출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팀장은 항상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달려나갔다"며 "함께 현장을 누볐는데 퇴임 해 안타깝다. 앞으로 잘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19일 수원시청 특강에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험한 산악지에서 헬기를 모는 이 팀장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며 "대한민국 전설적인 인물. 바로 이세형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추켜세웠다.
이런 소식을 알리자 이 팀장은 "아마 상황을 안 가리고 생명을 구하자는 마음이 같은, 동료가 아니겠느냐"며 "이 센터장은 한국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답했다.

이 팀장의 꿈은 퇴직 후에도 영원했다. 재능기부도 고려하는 그였다. 이 팀장은 "불러만 주면 언제든 이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며 "허락 된다면 아주대에 도입되는 '닥터헬기' 기장이 되고 싶다. 또 봉사도 하고 싶다.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인생2막 꿈을 피력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특수대응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구조 활동을 편다. 조종사 11명, 정비사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수대응단 헬기가 뜬 횟수는 지난 5년간 모두 4328번. 하루 2회 출동한 셈이다. 시간으로 보면 3553시간 24분. 이 과정에서 2451명의 소중한 생명의 불씨를 살렸다. 뇌출혈, 총상, 가스중독, 호흡곤란, 화상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다. 구조업무에 견주면 인력과 헬기 추가 도입 등 지원이 절실하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된 국내 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계기로 아주대병원과 중증외상환자 구조·치료에 손을 잡았다. 이후 685번의 활동으로 652명을 구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