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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밀물] '버럭' 조현민의 갑질 의혹     

김형수 논설위원

2018년 04월 17일 00:05 화요일
1970년 11월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22살의 청년 재단사 전태일이 분신했다. 의류노동자들의 짐승 같은 작업여건 개선 요구가 좌절되고, 지배권력의 압도적인 폭력이 부른 참사였다. 12편의 연작소설을 모아 1978년 발간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밀리언 스테디셀러다. 노동자들을 인격으로 대접하기보다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삼는 재벌의 탐욕을 비판했다.

2018년 4월, TV 드라마 '착한 마녀전'에는 국내 최대 항공사를 운영하는 오너 오평판 회장과 그의 장녀 오태리(윤세아 분)가 등장한다. 태리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었던 다혈질 '갑질'의 국민악녀로서 주말 시청자의 저녁밥상에 오르내린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을 패러디한 첫 방송은 세간의 화제였다. 최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막내딸 조현민 전무의 '갑질 의혹'에 다시 속을 태우게 됐다. '버럭' 성격이 확인되고 있다. 70년대 돈도 권력도 없는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달리 2018년 봄, 재벌 3세의 부도덕성 갑질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탁월한 기업가적 능력을 발휘해온 재벌이라 하더라도 가족기업을 이루는 재벌 경영구조에 대중들은 동의하거나 존경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업문화를 경직시키는 1인 지배체제와 족벌이라는 헤게모니가 작용하고 있으며, 승진과 채용에서도 불평등하지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재벌은 가업(家業)형 혈족 기업이다. 다음 세대 가족에게 기업 소유권이 넘어가는 경영세습의 특성을 지녔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결정 등과 같은 장점에도 간혹 잘못된 승계가 기업경영 실패의 불씨로 남는다.
하물며 이번 조 전무의 '물벼락' 사건은 조 회장의 자녀 3명 모두 30~40대 중반 간부로서 가족기업 형태에 참여하고 있어 문제다. 재벌 경영자는 주주들에 앞서 스스로 가족 구성원에게 먼저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보다 강한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재벌이라도 죄행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수저계급론에 첨예한 청년들이 금수저로 태어난 재벌3세의 일탈적 행위를 관망하지 않는다.

부유하거나 또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는 것은 우연의 결과일 뿐이다. 복권추첨과 같은 것이다. 복권을 잘못 뽑아 불리해진 광고회사 A씨도 인간으로서 가치개념을 지닌 인격이다. 광고는 인간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서비스 정신을 내세운다. 조 전무가 선택했을 대한항공 광고 카피 'excellence in flight'의 의미를 스스로 탐색하기 바란다. 인간 사랑과 존경, 자유와 정의, 도덕과 윤리 등을 담지 않았다면 이 광고 또한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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