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
청와대는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의 헌법전문과 기본권 부분을 공개했다. 이 중 현행 헌법의 기본권 부분에 규정되어 있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조항을 삭제한다는 대목에 특히 주목한다. 문언적으로는 헌법 12조 및 16조에 규정된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라는 단지 아홉 자의 표현을 삭제하는 데 불과하지만,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세우는 개혁과제와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 독점조항의 삭제 이유와 관련하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신청 주체를 두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신청 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합당한 논거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그리스헌법도 검사의 예외적 긴급압수명령을 언급할 뿐 영장청구권을 주체로 검사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헌법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도 이미 지난해 같은 취지의 독점조항 삭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삭제의 당위성은 위 조항이 헌법에 들어가게 된 입헌사를 돌이켜보면 한층 명확해진다. 1948년의 제헌헌법은 선진외국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법관에 의한 영장발부원칙을 규정했을 뿐 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하지 않았다. 제헌헌법 하에 제정된 형사소송법(1954년)은 사법경찰이 검사와 동등하게 직접 판사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실무도 이에 따랐다. 그런 형사소송법이 1961년 9월 검사만이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하도록 바뀐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검찰권 강화를 꾀한 제1차 형소법 개정 때 일이다. 내친 김에 당시 20여명의 군인들로 구성된 비상입법기구였던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이듬해 1962년 새로 만든 헌법에 영장신청권자를 검사로만 한정시키는 문구를 삽입했다. 제대로 된 개헌 이유나 법안심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입헌 정당성에 큰 흠결이 보인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러한 기형적 입헌이 결국 우리나라 사법정의를 훼손하는 주범으로 기능해왔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무소불위 검찰권력의 근원에는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그리고 기소권의 실질적 검찰 지배구조가 있다. 이 지배구조 하에서 검찰이 제식구를 감싸거나 전관예우를 굳건히 방어할 수 있는 최상의 무기가 바로 독점적 영장청구권이다. 범죄 혐의자에 대한 경찰의 체포, 구속은 물론 수사 초기 증거수집을 위한 압수수색조차 불허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검찰이 비호하려는 대상에 대해 경찰이 수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의 부당한 영장기각으로 경찰수사가 차단된 사례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도 줄을 잇는다. 일선 경찰관 중 전관예우 등이 의심되는 부당한 영장기각을 경험한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그 이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의 변호수임료가 거래되는 일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개특위에 출석해 영장청구권 독점조항의 삭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이중으로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중적 인권보호장치론 정도로 명명할 수 있을 것이나 허상이다. 영장주의는 사법권에 속하는 법관에 의한 영장의 심사 및 발부 원칙을 말한다. 경찰의 영장청구가 잘못된 경우라면 어차피 사법부 통제에서 걸러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반대로 검사의 영장기각으로 인해 판사한테는 심사조차 받아보지 못하는 경우다. 이는 '이중적 보호'가 아니라 정작 거쳐야 할 '법원의 사법통제'를 배제시키는 '검사만의 독점적 심사권'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헌법상 영장청구권 독점조항 삭제는 국제표준에 맞게 헌법을 헌법답게 만드는 일이자 뒤틀렸던 입헌사에서 독재의 흔적을 지우는 과업이다. 나아가 시대적 화두인 검찰권의 분권,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구현되는 선진적인 수사·기소권체계를 제대로 입법화할 수 있는 전제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폐지하는 것은 그간 검찰권의 그늘막에서 경찰수사를 회피해오던 특권계층을 불허한다는 실천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 공동체의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첩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