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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플러스] 퓨전국악 기획 … '세움' 대표 유세움

여기저기 쓰다 버린 장비로 시작
비난딛고 인천·평창·해외무대도
국악기반 재즈 "결 다르다" 호평

2018년 03월 21일 00:05 수요일
▲ 유세움 문화공작소 세움 대표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정성 있는 공연을 펼치고 싶다고 말한다.
▲ 지난달 10일 강원도 평창 문화올림픽 무대의 대미를 장식한 문화공작소 '세움' 공연 모습. /사진제공=문화공작소 세움
'2015 서울아트마켓 팸스초이스 선정', '2015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초청', '2016 워싱턴 DC 재즈 페스티벌 초청', '2017 UAE 마더 포 기빙 페스티벌 초청', '2018 평창 문화올림픽 아트 온 스테이지'….

인천을 넘어 해외에서 마저 인정받은 퓨전국악 그룹 '세움'. 그리고 그들이 있기까지는 문화공작소 세움의 유세움(35) 대표가 있었다. '쟤네 되겠어? 얼마 못 가 망할 거야'라는 주변의 비웃음 섞인 우려는 오히려 그를 담금질해 단련시켰다.

경인교대 부설초에 다니던 장난꾸러기 유세움은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소리에 풍물동아리에 들어갔다. 그저 철없고 어렸던 그는 전통 가락의 아름다움보단 장구를 열심히 치면 짜장면을 먹을 수 있었기에 또 친구들과 더 많이 늦게까지 놀기 위해 국악을 '좋아하게' 됐다. 그는 "사실 국악에 소질은 커녕 또래보다 더딘 편이었다"라며 "중학교에 입학해선 초등학교 때 해봤으니 또 동아리 생활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아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하던 그였지만 장구를 칠수록 점점 더 매력에 빠져들었다. 대건고에 입학한 뒤에도 악기를 만지던 그는 지금의 유세움을 있게 한 어느 공연을 운명처럼 보게 된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30주년 기념공연 '코리아 판타지'를 연 사물놀이의 대가 김덕수를 만났고, 이내 '연주자를 업으로 삼아야겠다'라는 큰 다짐을 하게 된 것. 인천 지역에서 굵직한 풍물 교육·공연을 선보여 온 풍물패 '더늠' 연습실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배우고 활동하며 본격 국악의 길로 들어섰다.

교복을 벗고 한국음악과에 진학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문을 등진다. 그동안 늘 현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던 그이기에 교실 안에서의 이론보다는 실제 땀 흘리는 경험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어려서부터 음악을 해서인지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크게 기대하진 않으셨다"라며 "쭉 연주자의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존중해주시더라"라고 유 대표는 말했다.

남동구에 위치한 오동국악예술학원에서 사물광대의 신찬선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은 그는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자바르떼'에 몸담으며 현장의 땀과 열정을 연주로 빚어냈다.

군 복무를 마친 유 대표는 음악을 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당시 구월동 반지하에서 월세를 살던 그는 근처 농산물시장에 새벽 2시에 출근해 오후 1시에 흙을 털고 나와 4시간 자고 연습하고, 오후 10시에 집에 와 쪽잠을 자고 출근하는 매일을 반복했다. 단 10개월이었지만 아직까지도 노각을 먹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다고. 이후에도 편의점과 PC방 등 그나마 시급이 조금 더 높은 야간 아르바이트는 모조리 지원했다.

"연주만 하던 애가 갑자기 기획자로 나선다니 다들 의아했겠죠. 그래서 더 이를 악 물었어요."

사회적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자신의 음악을 전문적으로 해보고자 2011년 경기도 부천에서 벌인 공모사업에 지원했고, 운좋게도 덜컥 선정돼 유한대 산학협력단에서 '문화공작소 세움'을 시작한다.

"다들 응원은 커녕 '네가 뭘 하겠냐'며 '안 된다'고만 했다"라며 "특히나 당시 인천에서 '잘 나가던' 동료, 기획자들과 비교하며 무시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지원이 끝나 갈 곳을 잃은 문화공작소 세움은 2013년 인천문화재단이 실시한 펀딩플랫폼 '소금꽃'을 통해 동인천역 앞 한 건물 4층에 둥지를 옮겼다. 컴퓨터와 키보드, 온갖 장비들은 여기저기서 쓰다 버리는 것들로 채워 넣었다.

문화공작소 세움의 가능성을 꾹꾹 눌러 담은 제안서를 들고 후원받기 위해 직접 기업 40여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유 대표와 문화공작소 세움은 아직까진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얼마면 된다고?"
막막했던 유 대표는 건너편 건물 한 간판에 적힌 번호로 '홀린 듯'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수화기 속 주인공이 근처에서 대구탕 한 그릇을 사 먹이더니 선뜻 300만원을 입금하는 게 아닌가.

"그때 스쿨뮤직 안정모 대표님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동인천에서 기반을 다지며 소속 팀도 꾸리고 본격적으로 우리 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실력 있는 연주자들과 의기투합하며 유 대표는 직접 기획과 제작을 맡아 '태평성대가 여기로구나', '환타지아' 그리고 세움의 대표 레퍼토리 '코리안 브레스(Korean Breath)'를 탄생시켰다.

"평소 숨, 호흡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새겼어요. 국가, 지역 그리고 사람마다 숨의 모양이 다르잖아요. 음악이 언어에서 시작되니 숨으로부터 모든 게 비롯된다고 본거죠."

작품은 안녕과 염원을 비는 전통 사설 '비나리'를 모티브로 한 곡, 인간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슬픔의 정서를 표현한 '심연', 타악 솔로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진혼', 동해안 별신굿의 장단과 선율을 기반으로 한 '양양' 등으로 구성됐다. 가야금, 트럼펫,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전통 타악 등이 어우러져 세움만의 음악을 만들었다. 당시 국악과 재즈를 접목한 곡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지만 음악적 결이 다르다는 평론가들의 평가가 잇따랐다. 1년간 공들인 덕분일까, 인천 최초로 2015년 서울아트마켓 팸스초이스에 최종 선정되고,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유 대표는 "재즈가 아닌 국악을 기반으로 한다는 연주자들의 이해가 컸고, 음악적 연구를 거듭해서 만들어진 곡"이라며 "음악을 콘텐츠로 보고 소비하기 보다는 순수하게 음악 그 자체의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중동 지역 아부다비 등 5개 도시, 미국 워싱턴 DC 등 해외에서 사랑받으며 발판을 넓혔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신나는 예술여행-서해5도', 정동극장 정동마루 '청춘만발-하룻 달' 공연 등 국내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지난 달 10일엔 강원도 평창서 열린 문화올림픽에 초청받아 대미를 장식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만의 고집대로 무대에 최선을 다 하니 좋은 열매를 맺은 것 같다"라며 "문화공작소 세움의 기획과 홍보, 제작 등 탄탄한 조직력과 소속 팀들의 훌륭한 연주력과 팀워크가 어우러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남구 주안동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린 문화공작소 세움.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할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들며 봄을 맞이하고 있다. 또 음악 뿐만 아니라 조금 먼저 시작한 선배 기획자로서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가들과 재밌는 일들을 하기 위해 '작당 모의'도 시작했다. 그는 "아직 내세울만한 점은 없지만 지금까지 우리 세움의 노하우를 제공해 인천의 열정 있는 기획자들의 물꼬를 터주고 싶다"고 말했다.

"늘 창업한다는 느낌으로 내리막도 서슴지 않으며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습니다. '문화공작소 세움'만이 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음악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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