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5시 개막 … 15일까지
인천 연극의 최대 축제 '인천연극제'가 2일 오후 5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3월15일까지 시민들을 맞는다.
1983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는 이 대회에선 인천 곳곳에서 다양한 연기로 관객들을 만나온 일곱 빛깔 극단들이 땀과 열정으로 준비한 무대를 골라 볼 수 있다.

지난달 19일 인천연극협회 대의원 총회를 거쳐 추대된 봉두개 신임 협회장은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 서둘러 연극제를 열게 됐는데,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은 미흡한 부분도 있다"라면서도 "많은 시민들이 인천 연극을 다시금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 나 속물이다" 신포동 장미마을

오래된 2층 상가와 주택들이 모여 있는 중구 신포동의 '장미마을'은 인천 곳곳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점점 더 초라해 보인다.

상가 1층에 위치한 부동산과 세탁소, 슈퍼, 철물점 등 모두 한 동네에서 산 덕에 잘 아는 사이지만 시들한 경기 탓에 맥이 빠져 있다. 어느 날, 최 여사의 재개발 얘기에 솔깃하지만 서로 셈법이 달라 좌충우돌이다.
상가를 시작으로 동네를 바꿔야 한다며 재개발을 주도하던 최 여사는 중국에서 외지인이 들고 온 보물지도 때문에 태도를 바꾸고, 장미마을 사람들 역시 보물찾기로 들썩인다.

극단 '십년후'는 15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돈이 된다면 거리낌 없이 자행되는 무책임한 행동과 아무런 양심적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속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 사이 '각다귀들'

썩은 식물을 먹고 사는 해충 '각다귀'를 현대인에 빗대어 현 사회를 꼬집은 작품도 눈에 띈다. 유명 프로그램 PD이자 진행자인 기문은 알 권리를 내세우며 유명인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런 기문의 가족이 어느 날 11번지로 이사하게 된다.

첫 날부터 이상하리만큼 친절한 마을 사람들은 격하게 맞이한다. 점차 그들은 기문의 팬이라며 밤낮없이 그의 집을 찾아와 귀찮게 한다. 기문은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하지만 11번지 사람들은 알 권리를 주장하며 기문의 사생활을 염탐하기 시작한다.

과도한 경쟁으로 점점 더 심해지는 사생활 보도를 비난하면서도 즐기듯 훔쳐보고 다시 SNS를 통해 재생산하는 요즘 사람들의 행태를 '평범한 일상'으로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극단 '공연창작소 지금'은 14일 오후 7시30분 수봉문화회관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느낌 극락 같은'

서연의 장례식장에서 함이정이 아들 조숭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과거로 들어간다.

불상 제작자 함묘진의 제자인 동연과 서연은 불상 제작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갈등을 겪고, 서연은 진정한 부처의 마음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이후 동연은 불상 제작자로 명성을 얻고 스승의 딸인 함이정과 결혼, 아들 조숭인을 낳는다. 그러던 중 사고로 함묘진이 세상을 떠나자 함이정은 서연을 찾아 나선다.

동연은 불상의 완벽한 형태 속에 부처의 마음이 있다고 믿는 반면, 서연은 형태가 완벽해도 마음이 깃들지 않으면 진정한 불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단 '놀이와 축제'는 두 사람의 갈등을 사건 전개의 중심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극락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들은 13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진솔하게 털어 놓는 인생사 '행복해! 장유씨'

극단 '사랑마을 그리고 사마귀와 베짱이…비상'은 오늘을 살아가는 장유씨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교차되는 인생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 놓는 무대를 준비한다.

공원 앞 작은 비닐하우스는 장유씨가 무척이나 애정하는 화원이다. 매일 아침 화원에 꽃이 들어오면 물을 주면서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매일 같은 시간 동네 바보 호분이가 화원에 놀러온다.
투닥거리면서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두 사람이 오늘따라 더 분주하다. 장유씨의 큰 아들이 생일이라 케이크를 준비하던 그 때 한 소년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마치 옛 앨범 속에서 빛바랜 사진들을 꺼내보는듯한 기분을 안기는 따뜻한 한 편의 휴먼 드라마 '행복해! 장유씨'는 11일 오후 4시 수봉문화회관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용서, 어쩌면 가장 큰 사랑 '위대한 거짓말'

평화로운 작은 섬마을, 한날한시 바다에 남편을 빼앗긴 분례와 금자는 친자매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 분례의 아들 종구와 금자의 아들 민혁 역시 형제처럼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시비로 종구가 민혁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하루아침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로 두 여인의 삶은 지옥이 돼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금자는 둑방에서 실족하는 사고를 당하고 그를 위해 분례가 손주 상우를 데리고 병수발을 자처하며 둘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얼어붙었던 금자가 애련함을 느낄 때쯤 분례는 폐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원작 '엄마의 바다'를 극단 '한무대'의 색을 담아 각색한 이 작품은 오는 6~8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부둣가 마을 추억이 사라진다? '그곳에 서다'

부둣가의 한적한 마을 주민들이 개발로 인해 떠나야 하는 어수선한 상황에 놓이지만, 동시에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 변할 거라는 설렘이 맴돈다.

40여년 전 초등학교 한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합주단을 만들려고 했던 일을 시작으로 마을에서의 추억이 피어오른다.

동창회를 빌미로 같이 자란 친구들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고향으로 몰려들지만, 그 사이 치매를 앓고 있는 교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 때 합주단을 완성해보려다가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어 마을을 떠나 떠돌이로 살던 한 남자가 복수심에 가득차 마을을 찾고 교사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극단 '피어나'가 준비한 이 작품은 3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평범하고도 위대한 이름, 아버지 '오두석의 귀가'

공원에서 노숙을 하게 된 오두석은 같은 처지의 노숙자 노인에게 영문도 모른 채 모든 것을 빼앗겨 처량함을 느낀다. 그런 그 앞에 젊었던 어머니의 환영이 나타난다. 그동안 회사와 가정 등에 지쳐있던 그를 따뜻하게 안아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든다.

"너한테 여자가 가당키나 하냐?" 어머니는 사라지고 느닷없이 꿈속에선 1987년 대학생 시절 오두석의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을 끄집어낸다. 잠에서 깬 오두석은 자신이 가출한 이유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다 길에 버려진 자신의 물건들을 발견하고는 아내에게 더 큰 야속함을 느낀다.

극단 '태풍'은 가출했던 아버지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실상은 태초의 순수한 영혼으로 회귀하는 그를 보여주고자 한다. 10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모든 작품은 전석 2만원이며 학생은 5000원에 볼 수 있다. 엔티켓(1588-2341)에서 예매하거나 공연 당일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이번 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은 오는 6월15일~7월3일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인천 대표 팀으로 참가하게 된다. 자세한 사항은 인천연극협회(032-862-9683)로 문의하면 된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