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덕균 서민금융진흥원인천법인대표

 

필자가 근무하는 직장은 인천시 서구 가정동 전통시장 '정서진 중앙시장' 초입에 있다. 출근 때 전통시장 상인들과 눈인사와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또 저녁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장님 얼굴들을 보면서 퇴근한다.
늘 보아온 터라, 순대가게 김 사장님과 신발가게 이 사장님은 아침 일찍 문을 열고, 가방가게 양 사장님은 게을러서 조금 늦게 문을 연다는 것까지 다 알고 지낸다.

지금의 순대가게 김 사장님과 신발가게 이 사장님은 아직은 자수성가란 말을 듣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종잣돈(Seed Money) 5000만원이 그 사장님들 일생에서 지독하게 진한 땀냄새가 배어나는 그런 귀중한 돈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진한 땀 냄새와 눈물 섞인 종잣돈이 성실함과 근면함에 힘입어 조금씩 불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 속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곤 한다.
반면 조류독감과 기타 외부적인 불황으로 인해 장사가 잘 안돼 결국 가게문을 닫고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하신 사장님이 다시 대출 문의를 할 때에는 진정으로 그 분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뉘우친 만큼 다시 번다'는 위로의 말을 전해 주기도 한다.

좌판을 펼치고 전통시장 구석에서 장사하는 분들 또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명랑한 친절로 희망을 잃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신다. 가난에는 '희망적인 밝은 가난'과 '절망적인 어두운 가난'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힘들지만 긍정적인 '밝은 가난'으로 반드시 이겨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이다.
내년에는 꼭 임차료를 내는 상가에서 떳떳하게 장사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개인회생하신 사장님이나 파산하신 사장님들에게는 시계가 왼쪽으로 돌면 고장난 시계로 버려지듯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란다. 패자부활전에서 꼭 승리하기를 응원하고 싶다.

끝으로 전통시장과 노점에서 장사하는 모든 분과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장애인, 한부모 가정, 북한이탈주민 등 모두의 곁에서 올해도 필자 같은 서민금융진흥원 종사자들이 든든하게 동행하고자 한다는 다짐을 드리고 싶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