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태 황해섬네트워크 운영위원·개항장연구소 소장
``````````````````````````````````````이영태.jpg
하얀 원피스 치맛자락를 붙잡고 있는 먼로의 동상(銅像)이 소양강 주변에 들어섰다. 1954년 먼로가 인제에 있는 미군 부대를 찾아 한 차례 위문 공연을 한 데에서 동상 건립의 이유를 찾고 있지만 해당 지역과 미국 여배우의 연결이 다소 느슨하기만 하다.
선갑도(仙甲島)가 채석단지로 지정되는 위험에서 벗어난 지 10개월이 지났다. 근자에는 선갑도 앞바다 모래채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정 지역 제외와 채취량 감소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전자의 경우 방송 매체나 누리꾼들이 '뜬금없음'이라는 수식을 동원해가며 반응하는 것도 양자 간 관계에 대해 선뜻 동의할 수 없어서이다. 특정 조형물이 해당 공간에 들어서려면 그에 대한 당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에 나타난 반응이다. 이미 수천만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말이다.

선갑도를 채석단지로 지정하는 것을 찬성했던 쪽은 덕적군도의 한축을 이루는 섬을 개발 논리로 접근한 경우이다. 선갑도는 응회암 주상절리로 구성돼 바다의 주왕산이라 불리며 C자형 호상 해안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뛰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는 섬이다. 응회암 주상절리는 선접모운(仙接暮雲)이라는 덕적팔경에 반영돼 있기도 하다. 저물녘 농담을 달리하는 붉은빛이 북새구름 속에서 응회암 주상절리를 비추고 있는 모습을 팔경으로 선정한 것이다. 선갑도와 채석장의 결부가 섬의 정체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이기에 채석단지 지정 취소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최근 선갑도 앞바다 모래채취와 관련하여 가능, 불가능 혹은 채취지역과 채취량을 조정하자는 의견들이 대립하고 있다. 어떻게 귀결될지 모르겠으나 선갑도의 C자형 호상 해안이 손상되지 않는 방안도 반영됐으면 한다.
해당 지역과 관련하여 특정 행위가 개입될 때, 양자의 결합에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행위가 개입될 만한 지역인가, 해당 지역에 특정 행위가 개입될 만한가를 고려하는 일이 그것이다. 또한 원상태로 복원한다는 전제에 기대어 특정행위가 개입돼야 한다.
동상은 경우에 따라 이동 설치가 가능하지만 응회암 주상절리의 선갑도에서 채석하는 행위는 복원의 문제가 아니라 완전한 방치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섬에서는 한번의 특정 행위로 해당 공간의 역사·문화·생태가 일시에 사라질 수 있기에 뭔가를 만들고 그것을 이동하거나 없애더라도 해당 지역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일련의 일을 돌이켜 보건대 공자의 고기 잡는 법이 떠오른다. 제자가 인(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낚시질을 하되 투망질은 하지 않는다(釣而不綱, <논어>)"로 대답하였다. 어로(漁撈) 방법에 기대어 인(仁)을 설명한 것이 이채롭다. 물고기 개체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특정한 호수가 있다고 하자. 그곳에서 낚시질을 하더라도 그것이 물고기 개체수를 변동시키지 않기에 낚시꾼의 후손들도 조상들이 즐겼던 일을 계속 경험할 수 있다. 한편 투망질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은 순간의 어획량을 보고 즐거워하겠지만 물고기의 개체수가 어획량을 쫓지 못하기에 종국에는 호수가 황폐화되어 그의 후손들은 물고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인(仁)에 대한 공자의 예시는 호수와 물고기, 그리고 인간이 모두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시사하는 구절이다. 이는 어로 활동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특히 섬과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때에는 육지와 변별되는 특성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혹여 섬 관련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투망질인지 아니면 섬과 인간이 오래도록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낚시질인지 말이다.

지속가능한 섬을 만드는 전제는 "낚시질을 하되 투망질은 하지 않는다(釣而不綱)"이다. 이른바 "지자는 즐거워하며 인자는 오래간다(知者樂 仁者壽)"는 구절에서 섬과 관련하여 '오래 간다(壽)'에 의미를 부여하면, 섬과 인간의 관계가 세대를 넘어 지속적으로 유지된 상태를 가리킨다. 섬 관련 정책을 세울 때 공자의 물고기 잡는 법을 염두에 둘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