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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은실의 해시태그] 노동자 없는 노동      

2017년 12월 07일 00:05 목요일
방송작가노조인 '방송작가유니온'이 출범했다. 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들은 일터에서 각종 수난을 겪었다. 일자리를 빌미로 한 사내 성추행과 부당해고는 물론이고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그나마 '노예계약'에 준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비정규직 작가를 뽑는 자리에서 임신 가능성 여부를 물은(본인은 '정규직'이라 괜찮다던) 임산부 면접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내게도 면접장에서 결혼이나 출산계획 따위를 물은 사람을 마주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 한 학교에서 단기간 보조 교사로 근무하기 위해 본 면접이었다. 질문을 들은 순간 어떻게 공공기관에서, 그것도 교육기관에서 이러나 싶었지만 이내 틀렸음을 깨달았다.
공공기관이든 아니든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한 절차 안에서, 노동과 노동자를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는 한 저런 질문이 유효할 수는 없다. 구인이란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노동'의 내용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비정규직에 지원했다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저런 질문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정규직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없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는 크게 두 종류의 인간, 노동하는 사람과 노동하지 않는 사람이 산다. 그나마 일정한 나이를 지나면 후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대개의 인간은 '노동'을 하지 않고는 삶을 지속할 수 없기에 누구든 '노동'을 한다. 그럼에도 '정규직'이 계약서 쓰고 하는 일은 노동자의 일이고 '비정규직'이 (의지와 무관하게) 계약서 없이 하는 일은 노동자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작가'는 노동자가 아니라서 노동부에서 부당 사례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던 방송 작가의 이야기가 오래 맴돈다.

이것은 노동문제이지만 '노동문제'가 아니다. 노동의 주체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노동의 내용과 적합성을 기준으로 '노동자'를 구분하면 문제는 한결 나아진다. '노동'만 있고 '노동자'가 없을 때 '노동 문제'가 발생함을 기억해야 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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