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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시립미술관 건립, 공감대 이끌어내야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2017년 12월 07일 00:05 목요일
인천 미술인들의 숙원이자 인천 문화영역의 해묵은 과제인 시립미술관 건립이 가시권에 들어온 듯하다. 지난해 10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문화성시 인천' 시대를 열겠다며 발표한 문화주권 선언의 주요 사업으로 남구 용현·학익1블록 내 기부채납부지를 활용한 '인천뮤지엄파크' 건립 계획을 밝힌 이래 '미술관건립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에 근거하여 '인천시립미술관건립추진위원회'를 다시 가동시킴은 물론 '인천뮤지엄파크 조성 추진계획'을 수립한 후 '기본계획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여 업체 선정까지 마친 상황이다.

이러한 추진 과정만으로 보면 시립미술관 건립은 계획한 일정대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작 중요한 미술관의 정체성, 즉 어떠한 지향점을 가진 어떤 성격인지가 아직 드러나 있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이와 관련한 지역 차원의 논의를 적지 않게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제각기 분분하여 모종의 합의를 이루거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왔다. 거기에 미술관에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자처하는 지역의 식자들도 남다른 관심과 애정으로 적극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동시대 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채 미술관에 대한 통속적인 사고와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용역 담당 기관이 지역 내외의 여러 의견을 수렴·종합하면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수도 있으나 지난 11월 개최했던 현장용역설명회 자료를 보면 미술관 건축물 설계를 "이젤과 액자프레임을 형상화한다"라고 하여 이를 접한 많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만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면 용역 기관의 '과업수행조직'에 미술을 포함한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는 없고, 건축 쪽 전문가들로 대부분 채워진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행정 조직은 어떠한가. 이 사업은 현재 인천시 문화예술과를 새롭게 개편하면서 신설한 문화콘텐츠과의 뮤지엄파크팀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전문 인력이 없이 팀장을 포함해서 단 3명의 직원만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의 공식적인 추진 및 의결 기구인 '인천시립미술관건립추진위원회' 또한 위원 구성이 다양한 측면을 아우르기보다는 특정 시대의 예술 이념에 치우쳐 있으며,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해 여기에만 의지했다가는 어떤 모양새로 귀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필자는 이전부터 이를 염두에 둔 미술관 예비 조직을 가동시키고 학예사들로 하여금 인천만의 특성을 담은 규모와 위치, 형태, 성격을 모색하여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추후 건립에 착수하기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이러한 준비 및 작업이 부재한 상황에서 용역을 통해 건축계획 설계까지 작성하게 되는데, 이렇게 나가다가는 그렇고 그런 미술관 하나가 추가되는 것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아니 무엇을 어떻게 채우고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집부터 짓고 거기에 맞추게 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미술전문가들이 학예사로 참여하는 예비 조직을 미리 가동시켜 구체적인 운영 성격과 계획을 열린 방식으로 세우고, 거기에 맞는 공간 설계를 하는 게 필요하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뮤지엄파크팀에 예비 학예사 역할을 담당할 미술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팀이라도 꾸려 담당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립박물관은 올해부터 전시교육부 주관 아래 20명이 넘는 학예사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박물관의 전시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비하면 시립미술관은 사실상 전문가 부재 상태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면 하루 속히 가칭 '시립박물관 건립 및 운영 조례'를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아무튼 이런 때일수록 고답적인 미술이나 미술관 관념에 사로잡히거나, 여타 지자체의 공공미술관이나 해외 유명 미술관을 무비판적으로 흉내 내 특색이 없거나 국적이 불분명한 공간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더 열린 눈과 귀, 태도, 추진 조직으로 인천에 맞는, 인천이 지향하는 미술의 가치와 역할을 적극 찾아내고 담당하면서 현장의 활동과 시민들을 매개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공공의 공간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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