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 누락 탓 … "농락당한 기분"
인천 연수구 한 사립유치원이 입학 추첨을 하면서 특정 번호대를 빠트려 다음날 재추첨하는 소동이 일었다. 3대 1 경쟁 속에 합격했다가 취소 통보 받은 학부모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 했다.

지난 16일 A유치원은 만 5세반 입학생 추첨을 했다. 170명 모집하는데 480명이 접수했다. 현장에서 추첨 방식으로 합격생을 뽑았는데 본인 번호가 불리면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는 등 유치원 입학 전쟁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90명 정도 추첨이 진행 됐을때 유치원측은 100번대 번호표가 누락된 사실을 알아차렸다.
추첨은 중단됐고 유치원은 90여명 합격자에게 무효를 선언했다. 합격된 줄 알고 집으로 돌아가 자축하던 부모들은 뒤늦게 전화로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인 17일 재 추첨으로 만 5세반 170명이 최종 결정됐다.
유치원측은 실수를 인정하며 사과했지만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연차를 내고 추첨식에 참석해 합격되자 너무 기뻐 양가 부모님에게 가장 먼저 알려드렸다"며 "이렇게 황당한 과실로 없던 일이 되다니 농락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입학자 선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C씨는 "사립유치원도 정부가 마련한 유치원 입학 신청 제도 '처음학교로'에 강제 참여해야 한다"며 "좁은 공간에 몇 백 명이 몰려 추첨표 하나에 마음졸인 것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A유치원 관계자는 "1차 추첨에 합격했다가 재 추첨에서 탈락한 경우 대기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등 학부모 총회를 통해 대책을 세우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