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
서해는 지금 가을철을 만끽하고 있다. 인천은 수도권과 가까운 거리로 낚시객을 짜릿한 손맛과 입맛으로 유혹한다. 인천항에는 낚시유선 61척과 낚시어선 270척이 성업 중이다. 영종도와 영흥도 등지는 낚시·개인레저 활동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는 생명과 죽음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평온하다가도 돌변해 강한 바람과 거친 파도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올해 수상레저안전법 특별단속을 벌여 91건을 적발했다. 이 중 구명조끼 미착용 적발 건수가 무려 30건이다. 자신의 생명을 책임지는 장비착용을 소홀히 생각하는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만연함을 알 수 있다.

지난 2015년 9월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돼 1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해양경찰청 수사과장으로 총괄 지휘하며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비가 내려 구명조끼가 젖어 승객 대부분이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라는 생존자의 진술을 들으며 구명조끼를 착용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반면 올해 7월 인천 무의도 인근 해상에서 레저보트가 너울성 파도에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방수팩에 넣어둔 휴대폰으로 구조 요청을 하여 출동한 인천해경 경비함정에 의해 모두 구조되었다.

대비되는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구명조끼는 물속에 빠진 상황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구명조끼 주머니에는 호루라기나 구조조명 등 간이 장비가 있어 위급 시 빠른 구조 요청이 가능하다. 특히 휴대폰 방수팩을 준비한다면 만일의 익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서해의 안전을 위해 현장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해양사고에 대한 신속한 초기 대응태세를 마련하는 한편 안전한 수상레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100일 혁신 프로젝트' 를 추진하고 있다. 해양안전 때문에 더는 눈물을 흘리는 국민이 없도록 뼈를 깎는 각오를 담아 힘을 쏟으려고 한다.

해경은 이제 스스로의 안전을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더 안전한 바다를 지키기 위해 가일층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해상 안전법령 위반자와 사고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