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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극단 미르 레퍼토리 신작 연극 '삼거리 골목식당'

돌고 도는 술잔 속 위로 한가득

2017년 09월 22일 00:05 금요일
▲ 극단 미르 레퍼토리의 신작 연극 '삼거리 골목식당'의 한 장면. /사진제공=극단 미르레퍼토리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故 김광석의 노래처럼 스쳐지나가는 만남에 지친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넬 연극이 찾아왔다.

인천의 10살배기 '극단 미르 레퍼토리'가 지난 20일 다락소극장에서 신작 '삼거리 골목식당'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약 1년 6개월 만에 인천 무대에 선 지라 이재상 극단 대표를 비롯 배우와 관객들마저도 설렘과 긴장을 안고 조명이 켜지길 기다렸다.

가장 화려해야 할 1년의 마지막 날, 연인이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선술집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약간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애틋한 관계의 이들과는 달리, 중년 남성 둘이 시끌벅적 요란하게 식당으로 들어선다. "여기 소주 한 병이랑 노가리요!" 환자복 차림이지만 익숙하게 주문하는 모습만 봐도 영 심상치 않다. 얼마 뒤 쭈뼛쭈뼛 들어선 노인과 뒤이어 들어온 청년이 어색한 웃음으로 합석하면서 이야기의 중심추가 옮겨오고 극 전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이곳 분이세요?" 청년의 첫 질문의 꼬리에 꼬리를 물어 둘은 각자의 인생사를 하나둘 풀어놓기 시작한다. 삼거리 골목식당의 출구 없는 매력은 낯섦이 주는 이방인들의 솔직함이었나보다. 사랑, 가족, 세상살이…, 누구나 술자리에서 한 번쯤은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와, "민주를 왜 주의해야해?"라며 시작되는 우스꽝스러운 대화 등 가볍지만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는 서로를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말 한마디와 노래 한 소절, 술 한 잔, 노가리 반쪽이라는 '비싼' 이야기 값을 건네며 '나'라는 사람의 민낯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이들. 12월 마지막 날 우연히 만난 7명은 '식구'라는 묘한 인연으로 맺어져 새해 첫 날을 함께한다.

'주류 일절', 벽에 붙은 문구다. 술집에 술이 없다는 이곳은 아픔 한 스푼, 외로움 두 스푼이 섞인 이들이 모이는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안식처이기에 어쩌면 자잘한 실수도 용납되는 푸근한 공간이다.

"세대에 상관없이 외로운 이들에게 추천한다"는 이재상 대표 겸 연출가의 바람이 통한 걸까. 극이 끝난 뒤 나오는 관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예슬(29)씨는 "1시간10분이 어떻게 지나간 지 모를 정도로 푹 빠져봤다"며 "진짜 술집에서 술을 드시는 것처럼 실감나는 연기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김다미(33)씨 역시 "요즘 다들 각자 살기 바쁜데 훈훈한 작품을 보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언제든 갈 수 있도록 늦게까지 문을 열고 기다리는 '삼거리 골목식당'같은 쉼터가 필요한 이들에게 손짓하는 이번 공연은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전석 2만원, 평일 오후 8시/토요일 오후 2·5시/일요일 오후 3시. 032-777-1959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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