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와 10개 군·구 상인회가 2001년부터 올해까지 주차환경 개선과 경영 현대화 등을 위해 2100여원을 전통시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전통시장보다는 대형 마트를 원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재래시장 모습. /인천일보DB
현금 없을땐 상인 괜히 눈치 줘
주차장 복잡하고 화장실은 낡아
시민 "시장만의 경쟁력 떨어져"


"카드로 살 수 있나요?"

8일 오후 7시쯤 인천시 남구 용현시장을 찾은 주부 신 모(32) 씨는 꽃게 1㎏을 사려고 상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상인은 "우리는 카드 안 받아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점포 상인은 "2㎏을 사면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며 "그래야 우리도 먹고 산다"고 말했다. 현금이 없던 신 씨는 결국 근처 대형마트로 발길을 옮겼다.

같은 시각 시장에 나온 용현1동 주민 박 모(37) 씨도 "음식재료를 사러 왔는데 일부 점포는 카드를 아예 받지 않았다"면서 "현금이 없으면 괜히 눈치를 준다. 차라리 대형마트에서 맘 편히 카드로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날 밤 남구 도화동 제일시장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시장 입구 일부 점포에만 손님이 있을 뿐 안쪽 골목엔 사람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상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구에서 잠시 멈칫하던 시민들도 곧장 시장 양쪽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마트로 들어갔다.

김 모(41) 씨는 "전통시장만의 특색이나 강점이 조금 약한 것 같다"며 "대형마트와 경쟁하려면 고객이 뭘 원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편한 시설을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양 모(37·여) 씨는 "이곳 출입구엔 보행자 통로가 없어 불편했다"면서 "시장 입구 차도에는 차량이 이중으로 주차돼 있어 복잡했다"고 말했다.

시장 내 한 식당을 방문한 이 모(33) 씨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시장 내 시설이 낡았다"며 "화장실도 불편했다"고 했다.

이곳 상인 김 모(56) 씨는 "정부나 시가 (시장을)지원하면서 오가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정작 물건을 사는 사람은 줄어든 것 같다"며 "상인들부터 카드 결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여기에 주차장과 화장실 등의 부대시설도 고객 입장에서 새롭게 설치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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