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명 600주년 기념비로 촉발 인천문화재단 논란 아랑곳
심사위원장도 그때 그 사람 인천 대표 예술상 흠집 우려
'자기 표절' 논란에 휩싸인 '인천 정명(定名) 600주년 기념비'를 만든 작가가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상인 우현상 수상자로 정해졌다. 혈세 수억원이 들어간 기념비를 해당 작가가 본인의 예전 작품을 본따서 디자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인천문화재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현예술상 심사위원장도 기념비 디자인 자문위원이 맡았다.

인천문화재단은 제11회 우현예술상 수상자로 인천 태생의 홍익대 교수인 정현 작가를, 우현학술상 수상자로는 김상엽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활용2팀장을 각각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우현예술상 심의위원회는 "시각예술 중 조각 분야는 적극적 활동이 어려운 환경인데도 예술적 역량과 작가적 진정성 등을 익히 검증받고, 국제적 조각가로서 공적을 이뤘다"며 정 작가를 수상자로 택한 이유를 밝혔다.

정 작가의 작품은 인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8월 남동구 구월동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 세워진 정명 600년(2013년) 기념비다.

당시 인천시가 3억여원을 들인 기념비는 정 작가가 2006년 서울 마포구 한 건물 앞에 설치한 조각상과 닮은 사실이 알려지며 '자가 복제' 논란이 불거졌다. 정 작가는 "디자인에 3주의 시간만 주어져서 새로운 걸 시도하기 어려웠다. 예전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변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천일보 2016년 7월25일자 1면>

수상자뿐 아니라 우현예술상 심의 과정도 정명 600년 기념비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우현예술상 심사위원장인 이종구 중앙대 미술대학 교수는 정명 600년 기념비 제작 당시 디자인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정 작가와 이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현상은 인천이 낳은 한국 최초의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을 기리기 위해 인천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상이다. 재단은 우현상 시상 취지를 '우현 선생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수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우현상위원회가 독립적 성격을 띠고 수상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재단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인천 역사를 기리는 공공 조형물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도 모자라 우현상 명성에도 금이 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