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인천대 주임교수
인천항 개항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1883년이 아니다. 1883년은 일제가 강제로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제물포조약)에 의해 1883년(고종 20) 부산항·원산항에 이어 강압적으로 개항한 해이다. 그러나 과거 백제시대부터 중국 동진과 통교를 시작한 근초고왕 27년, 즉 서기 372년이 국제적으로 인천항이 알려진 때이다. 그렇다면 인천항의 개항 역사는 134년전 이 아니라 1645년 전이 되는 셈이다. 이렇듯 인천항은 역사 깊은 국제항으로서 그동안 외국의 많은 선진 문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천항은 서민 삶 터전 … 지역역제 비중 33%
인천에는 국내 최초가 많다. 서구식 공원, 전신전화, 등대, 기독교 포교, 철도와 고속도로, 축구, 야구 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발상지가 된 곳이다.
이뿐만 아니다. 인천항은 서민 삶의 터전으로 항만·해운 경제 활동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3.3%에 이른다. 시민 셋 중 한 명은 항만과 관련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중 수교 정상화가 되기 전에도 무역활동을 끊임없이 이어오다가 1990년 9월15일부터 인천~위해에 최초로 카페리가 운항하면서 많은 여객과 화물이 운송되기 시작했다. 2003년 6월부터는 인천~청도간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개설됐다. 이렇듯 인천항은 우리나라와 중국간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는 대표적인 항만이다.

# 정부외면으로 1급항만서 2급 전락
작금의 인천항은 어떤가? 지난 1970년대만 하더라도 인천항은 부산항과 함께 국내 대표적 1급항만이었다. 인천항은 과거부터 수도권을 대표하는 항만이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항이었다. 그러나 인천항은 정부의 외면으로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2급지 항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투포트(Two-Port) 정책에 대한 폐해가 아닐 수 없다. 투포트 정책은 우리나라 수출입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1980년 후반부터 부산항의 극심한 체선·체화 해결과 북중국 환적화물 유치를 위해 부산항을 동북아 메가허브포트로, 또한 광양항을 동북아 허브포트로 각각 개발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처음에는 큰 포부를 갖고 출발했지만 잘못된 정책 방향으로 지금에 와서는 우리나라 항만 발전에 큰 병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항에는 큰 부담과 장애요인이 돼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정책적·재정적 지원에서 소외되는 환경이 됐다.
지금의 인천항은 어떤가. 정부지원 소식은 또 어둡고 답답하다. 신항개발과 배후단지 확충 등을 중점추진하겠다던 약속은 '2030인천항 종합발전계획'에 신항 배후부지조성을 2018년에서 2020년으로 늦춰졌다. 또한 정부의 제1차 해양산업 클러스터 기본계획(2017~2021)에서는 인천항이 제외됐다. 유휴부두가 없다는 이유다. 지금까지 정부지원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는 항만은 아니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인천항은 자생하기 위해 항만관련 기관·단체·업계와 시민들이 똘똘 뭉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광양항을 2015년부터 컨테이너 처리량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268만TEU를 처리(세계57위)해 무려 43만TEU를 앞섰다. 최근5월까지 인천항은 역대 가장 많은 25만3776TEU를 처리해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그러나 광양항은 전년 대비 4.9% 감소한 18만2천TEU를 처리했다.

#북중국 항만 환적 물동량 인천항 연계해야
이제는 인천항과 비교되지 않는다. 해양수산부는 이런 광양항에 99개 선석의 접안시설을 101개로 증설할 계획이다. 정말 부럽다. 항만의 경우 시설도 중요하지만 해운네트워크 조성이 더 중요하다. 인천항은 분명 중국과 서로 윈-윈하고 있는 항만이다. 북중국 항만(다렌, 칭다오, 텐진)과의 환적 물동량은 인천항을 통해 연계돼야 한다. 힘겹게 노력하고 열심히 잘하고 있는 항만은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인천항은 현재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어렵게 개항한 신항에는 배후부지도 없다. 업무지원시설도 없다. 진출입로도 하나밖에 안 된다. 화물주차장 시설도 부족하다. 이런 여건에서 인천항은 컨테이너를 268만개나 처리했다. 눈부신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인천항이 홀대를 받는 항만이 아니었으면 한다. 인천항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인식되도록 지역의 정치권과 언론 등이 뭉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