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평화시장 빈 건물 6개동 예술인들의 작업공간으로 변신
'숭의평화시장 大모험' 프로젝트로 발길 끊겼던 시장 사람들로 가득
▲ 평화시장으로 '모험'을 떠난다. 매달 진행되는 '숭의평화시장 大모험'은 놀이, 공연, 판매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통해 시장으로 어른과 아이 모두 놀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것을 보여준다. 매달 대모험이 펼쳐지는 날에는 발길이 끊겼던 시장에 사람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사진제공=문화바람
▲ 김경원 문화바람 기획실장
인천지역 전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침체된 전통시장에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낙후된 이미지의 전통시장이 예술의 옷을 입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 이제 전통시장과 예술의 만남은 실험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숭의동에 부는 변화의 바람

숭의공설운동장, 숭의야구장, 숭의동 목공예 골목. 1990년대까지 숭의동은 인천에서 체육의 중심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이었다. 일제시대부터 숭의동 체육타운은 시민들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고 프로야구가 열리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다 인천시청이 구월동으로 옮겨가고 야구장과 공설운동장도 문학동으로 새 터를 잡는 등 도심재개발이 이뤄지면서 숭의동도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공설운동장 건너편에 위치한 숭의평화시장은 1971년 만들어진 시장으로 주변의 숭의공설운동장과 더불어 많은 점포들이 운영되던 시장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활기를 잃기 시작한 뒤 이제는 사실상 시장의 기능을 잃은 원도심의 대표적 몰락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2015년. 남구는 숭의평화시장 빈 건물 6개동을 사들여 예술인들의 작업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곳에 예술가들이 하나둘 입주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장기를 살려 전통 차 만들기, 미술 창작·전기 공간으로 변모중이다.

남구는 평화시장 길 건너에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숭의목공예센터와 경인전철 1호선 도원역 뒤편 재개발 지역의 빈집을 개조해 만든 우각로 예술인 마을 등 원도심 쇠퇴의 상징인 이곳을 문화예술의 3각 편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기획을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다.

● 문화예술로 새로운 발길을

평화시장에는 현재 3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과 주거공간으로 바꾸어 살고 있는 주민들, 그리고 남구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스 작가들 5~6팀이 지내고 있다.

구는 올해 '숭의 평화창작공간 문화예술강좌'를 주민참여예산제로 선정하고 '평화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구는 상반기에 총 10강좌를 구성하고 프로그램별 주 1~2회 꼴로 총 13강이 진행된다. 수업 진행은 최경숙 인천시민합창단 지휘자, 이옥진 염직전문가, 김진미 캘리그라피 전문가, 조민제 도예가 등 평화창작공간 작가와 입주강사가 맡았다. 남구 주민들은 발길을 끊었던 평화시장에서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봄철 황사 예방에 좋은 차(茶)부터 매화·장미꽃차, 화이트데이나 어린이날,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을 한껏 풍성하게 해 줄 케이크와 캐러멜 만드는 법을 배우는 '전통 꽃차', 밀 누룩, 죽, 범벅, 떡으로 우리 술을 직접 만드는 '전통주 빚기', 기본 리듬부터 시작해 평소 좋아하던 곡을 젬베로 연주하는 '두드림으로 표현하는 나의 흥', 정물화, 풍경화는 물론 얼굴의 특징을 잡아 개성 있게 표현하는 캐리커처를 배우는 '수채화 교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내 몸에 건물 설계법을 빗대어 배우며 보다 쉽게 건축의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어린이 건축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입주작가 형식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생활문화단체인 문화바람 일부가 이전하면서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에서 예술과 사람냄새를 주고 받은 공간으로 변모하는 전기가 마련됐다.

문화바람은 시장의 공간 그 자체, 비어있는 공간과 입주해 있는 작가들, 그리고 여전히 숭의평화시장을 사랑하는 시장 구성원들과 더불어 시장의 미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평화시장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콘셉트를 갖고 어른과 아이 모두 놀 수 있는 공간, 놀이, 공연, 판매 등 다양한 형태의 구성 등을 주제로 한 매달 사고 파는 시장이 아니라 놀러가는 시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원예, 농업, 목공, 에너지, 자원재활용 등의 주제를 다양한 놀이를 통해 문화예술적으로 결합하게 하는 프로젝트 '숭의평화시장 大모험'이 바로 그것이다.

매달 대모험이 펼쳐지는 날에는 발길이 끊겼던 시장에 사람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김경원 문화바람 기획실장은 "숭의공설운동장, 야구장이 인천스포츠의 상징이던 1970~80년대 숭의평화시장은 한때 100여개의 점포가 운집했던, 옛 도심의 상징이었던 곳이었다"면서 "사람이 모였던 곳이 상권과 도심의 변화로 쇠퇴하게 되면서 사람의 발길이 끊기게 되면 슬럼화 하게 된다. 문화예술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다. 평화시장의 변화가 이를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 인천 전통시장의 변화

동인천 중앙시장은 2015년 6월 중소기업청 주관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국비를 지원받아 청년 상인의 신선한 창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빈 점포를 채워 시장골목을 활성화하고자 지난해 4월 '동구밭 청년길'이 탄생했다.

청년들은 원도심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장래희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시장학교'를 기획했다. 시장학교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매장에 방문해 체험하는 방식이다.
인천시와 부평구청,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 주최로 2015년부터 3년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부평지하도상가에도 문화예술 바람이 한창이다.

주최 측은 시민과 지하상가 상인을 대상으로 맞춤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해 교육뿐만 아니라 상인-고객 간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부평구와 문화관광형시장사업단은 설문 결과를 반영해 12월까지 문화 강좌를 마련해 '문화체험의 공간, 상인과 시민이 모두 행복한 지하상가'를 만들 계획이다.

강화군은 올해까지 3차례에 걸쳐 강화팝스타 행사를 진행중이다. 행사는 전통시장에 청년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화중앙시장 청년몰 개벽 2333에서 열렸다.

매월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개벽 2333 청년상인들은 7월 공연행사를 맞아 방문객들을 위한 귀여운 부채를 준비하고 영업시간도 연장했다. 청년몰 개벽 2333에는 이색 퓨전 먹거리 15곳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판매되는 일반점포 5곳이 어우러져 있다. 중앙홀에는 휴게공간과 소규모 무대가 꾸며져 있어 공연 및 음악, 영상 감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예술의 힘으로 시장 변신, 시민 함께하는 공유공간"

김경원 문화바람 기획실장

지난해 입주해 숭의평화시장 대모험을 진행한 김경원 문화바람 기획실장은 "뭔가 '사고 파는 시장'이 아니라 '놀러 가는 시장'으로써의 콘셉트, 허름한 시장 외관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영화속 동막골이 펼쳐지듯 알록달록한 시장이 펼쳐지는 곳, 바로 평화시장만이 갖고 있는 맛이 아닌가 싶다"며 "상인은 손님이 많은 시장, 사는 사람은 살기 편리한 시장, 예술가들은 관객이 있는 시장을 꿈꾼다"고 말했다.

숭의평화 시장은 일상용품, 청과 및 수산물, 가공 식품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된 남구의 대표적인 시장중 하나였다. 1960년대 산업화 단계에서 인구가 증가하면서 숭의동 일대는 숭의자유시장, 숭의깡시장, 목공예 점포가 들어섰다. 주안수출산업단지와 인천기계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과 하청 공장들이 주변에 밀집하고, 자연스럽게 기계 공구 상가도 형성되면서 거주 인구는 물론 이동 인구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숭의동은 일제시대부터 공설운동장과 야구장 등 체육시설이 밀집했던 스포츠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2002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문학동으로 축구장과 야구장이 옮겨갔고 상권과 도심이 연수구와 남동구로 옮겨 가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 실장은 "신도시 조성으로 상권과 도심이 옮겨가게 되면서 원도심이 쇠퇴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원도심은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며 "사실상 시장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이곳에 변화의 바람의 불러오고 싶은 욕심과 함께 새로운 문화예술의 창작공간으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공유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